국제유가가 급등했지만 이날 거래가 재개된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4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선 일부 종목이 급락세를 나타낸 요인으로 '높은 괴리율'을 지적했다.
6일 오전 11시51분 현재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전 거래일보다 210원(25.15%) 하락한 625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시간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16% 급락 중이다.
반면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은 51% 넘게 폭등하고 있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34% 급등 중이다.
앞서 이들 ETN은 괴리율(지표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이 급등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정지 기간 동안 국제유가는 상승했지만 괴리율이 워낙 컸던 탓에 일부 ETN은 거래 재개 후에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괴리율이란 ETN 및 상장지수펀드(ETF)가 연동돼 있는 기초자산의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차이를 보여 주는 지표다. 원유 ETN의 경우 기초자산인 실제 유가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ETN 가격 간 차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유가 폭락으로 투기판이 돼버린 원유 선물 ETN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내놨다. 모든 ETN과 ETF종목이 괴리율 20%를 넘을 경우, 괴리율이 정상화될 때까지 단일가 매매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단일가 매매는 30분 단위로 호가를 모아 가장 많은 수량에 체결될 수 있는 가격으로 거래가 진행된다.
단일가매매 상태에서도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에는 3거래일간 거래가 정지된다. 이에 4개 원유 레버리지 ETN 종목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거래가 정지됐다가 이날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가 정지되기 전인 지난달 27일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전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폭(-60.00%)까지 떨어져 마감했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 역시 59.95% 떨어지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각각 52.31%, 20.63% 급락 마감했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오르는 2개 종목은 다른 종목에 비해 괴리율이 비교적 적은 탓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괴리율은 장기적으로 점차 정상화될 순 있겠지만 폭이 워낙 컸던 탓에 당분간 거래정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괴리율 정상화의 기준은 기초자산이 코스피200 등 국내시장 상품이면 6% 미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등 해외시장 상품이면 12% 미만이다.
공 연구원은 원유 선물 ETN시장의 투기적 성향이 강해진 만큼 원자재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은 섣불리 접근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은 투기적인 방향성 매매 상태라 수급 쏠림이 과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돌발 변수가 나타나 유가 변동성이 다시 확대된다면 괴리율 확대로 상장폐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우려했다.
국제유가는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0.5%(4.17달러) 급등한 24.56달러에 장을 마쳤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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