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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더 내라더니…자신만만하던 벤츠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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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를 상징하는 차세대 모델이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프리미엄 미래 모빌리티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전기차 '더 뉴 EQC'를 선보일 당시 한 말이다. 공급이 부족하다던 말과 달리 더 뉴 EQC의 출시 6개월차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소비자 혜택 보장에 소극적인 벤츠의 태도와 가격에 비해 부족한 제품 경쟁력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벤츠코리아가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한 전기차 더 뉴 EQC가 출시 6개월 동안 총 37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출시 당월 19대가 판매됐고 이후로는 매달 적게는 2대에서 많게는 6대 판매됐다. 더 뉴 EQC는 중형 전기 SUV로, 최고 출력 408마력, 최대 토크 78.0kg.m를 발휘한다.

벤츠는 국내 EQC를 출시하며 충전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공을 기울였다. 구매 고객에게 1대1 스마트 코치를 배정해 충전 컨설팅을 제공하는 EQ 스마트 코칭 서비스를 선보였고 홈 충전기 무료 설치 또는 공용 충전소 1년치 선불카드를 증정했다. EQ 전시장과 잠실 롯데월드 타워 지하 2층 벤츠 충전존에서 무료 충전 서비스를 제공했고 월 79만9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금융 상품도 선보였다.


그럼에도 시장의 외면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판매된 수입·판매된 전기차는 총 2304대에 달했지만 수입차 업계 1위인 벤츠의 EQC 판매량은 37대에 그쳤다. 벤츠의 국내 판매량과 비교하면 EQC의 성적은 더욱 초라해진다. 더 뉴 EQC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13대로, 같은 기간 1만5400대를 기록한 벤츠 전체 판매량의 0.1%도 되지 못한다.

더 뉴 EQC의 흥행 참패 원인으로는 출시 전 리콜로 인한 품질 논란,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한 주행거리 등이 꼽힌다. 더 뉴 EQC는 지난해 10월 출시 직전 제작결함이 발견되면서 리콜을 실시했다. 운전석 에어백 모듈에서 너트 체결 불량이 발견됐다는 이유다. 출시 직후인 11월에도 앞축 전동장치가 내구성 부족으로 파손될 우려가 발견돼 리콜이 이뤄졌다. 공식 출시를 앞둔 차량이 리콜 명령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였고, 다음 달 추가 리콜마저 이뤄지며 결국 초반 흥행에 발목을 잡는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슷한 가격대 경쟁 차량에 비해 부족한 주행거리도 문제로 꼽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과 달리 배터리가 방전되면 작동하지 않기에 꾸준히 충전을 해야만 한다. 다만 충전소가 적고 1회 충전에 필요한 시간도 길기에 넉넉한 주행거리 확보가 관건이다.

가령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350km인 전기차로 서울에서 부산을 간다고 하면 고속도로 중간에 전기 충전소를 들러 방전된 배터리를 채워야 한다. 일반적인 급속충전기를 이용한다면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린다. 먼저 도착해 충전 중인 차량이 있다면 대기 시간은 그만큼 길어진다.


판매가가 1억960만원인 더 뉴 EQC가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최대 309km다. 1억2000만원대로 가격대가 비슷한 중형 전기 SUV 재규어 i페이스는 333km 주행 인증을 받았고 1억4000만원대 준대형 전기 SUV 테슬라 모델X는 468km를 달릴 수 있다. 4000만원대인 준중형 전기 SUV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406km를 주행한다. 주행거리 측면에서 EQC가 내세울 강점이 부족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문제로 더 뉴 EQC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부분을 지적한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큰 국내에서는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 주행거리의 60% 이상이어야 전기차 보조금 신청 자격을 준다. 더 뉴 EQC는 출시 당시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의 55.3%(171km)에 그친 탓에 신청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들어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더 뉴 EQC의 저온 주행거리를 270km로 높이고 기준을 충족했지만, 아직 보조금 지급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정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최대 800만원이다. 지자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소비자는 1000만원 이상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가령 450만원을 지급하는 서울시에서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1250만원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바꿔 말해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는 소비자에 비해 125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청한다면 무난하게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면서도 "비교적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보조금 기준에 도달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의 형평성 문제도 벤츠 코리아가 풀어야할 숙제"라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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