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수말벌이 미국에 상륙했다. 현지 당국은 경계령을 내리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워싱턴주 북서부에서 장수말벌이 최초로 발견됐다. 현지 농업 당국이 추적조사에 나서는 한편 주민들에게 경계령을 내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로 알려진 장수말벌은 여왕벌의 몸길이가 37~44mm에 이르며 꿀벌을 공격하는 탓에 양봉업자들의 '적'으로도 알려졌다. 장수말벌은 늦여름 무렵 단백질 섭취를 위해 꿀벌을 집중 사냥한다.
수십 마리가 몇 시간 안에 꿀벌 약 3만 마리를 사냥하기도 하는데, 턱뼈를 이용해 꿀벌 머리만 뜯어가기 때문에 벌집 인근에 '참수'된 꿀벌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6mm에 이르는 장수말벌의 독침은 방호복을 뚫고 독성도 꿀벌의 7배에 달해 반복적으로 쏘이면 사람도 사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장수말벌은 현지에서 "킬러 말벌", "야크를 죽이는 말벌" 등으로 불린다.
현지 곤충학자들은 장수말벌 개체 수가 많아지면 토종 벌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워싱턴주 농업부의 곤충학자인 크리스 루니는 장수말벌 개체 수를 최대한 빨리 통제해야 한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못 하면 통제 자체에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UPI통신은 한국의 장수말벌이 지난해 가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섬으로 옮겨왔고, 이후 캐나다 국경 인근인 미국 워싱턴주에서도 발견된 것이라고 전했다.
장수말벌의 현지 명칭은 '아시아 거대 말벌'이다. 중국 우한에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인들은 장수말벌 발견을 소개한 인터넷 기사에 "우한 실험실에서 킬러 말벌도 퍼뜨린 것이냐",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보내더니 킬러 벌도 보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