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이 숨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유사 사고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7명이 사망한 1998년 부산 냉동창고 화재를 비롯 47명이 목숨을 잃은 2018년 1월의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사고는 20여 년간 지속되고 있다.
매번 사고 직후 정부가 대책회의를 열고 요란을 떨지만 화재 사고는 어김없이 이어져왔다. 특히 이번 물류창고 화재는 40명이 숨진 2008년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우레탄폼 작업을 하다가 발화한 것이나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이 타면서 나온 유독가스로 희생자가 늘어난 것이 똑같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났지만 화재나 대형 참사를 막을 안전 관련 법이나 규정 등은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가연성 물질이 많은 실내에서 불꽃작업을 할 경우 소화기구를 비치하고 용접방화포 등도 갖춰야 하지만 실제론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유독가스를 내뿜는 내장재 사용 규제도 허술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개탄스러운 것은 ‘세월호 참사’를 집요하게 비판해 온 현 정부 들어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불감증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라며 청와대 화재안전대책 특별태스크포스(TF) 구성까지 지시했다. 후속조치로 지난해 4월 범(汎)정부 차원의 227개 화재안전 특별대책이 나왔지만 이번 참사를 막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빈틈없는 대책과 실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사고 방지에서 중요한 것은 관련 법과 규정의 일상적인 실천과 점검이지 ‘사후약방문’ 식으로 나오는 정부의 면피성 대책이 아니다. 정부는 거창한 대책만 반복하기보다는 상시적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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