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바이오업계 눈길을 끄는 논문이 실렸다. 면역체계를 강화하면 패혈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바이러스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면역항암제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중증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치료목적사용승인 13건 중 면역항암제를 활용한 것은 젬백스가 받은 3건이다.
젬백스는 췌장암 치료제 ‘GV1001’을 경북대병원에서 세 명의 환자에게 투여했다. 치료목적사용승인은 기존 의약품으로 치료하기 힘든 환자에게 아직 허가되지 않은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GV1001은 염색체 말단에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해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예전에 진행한 전임상에서 GV1001이 항염, 패혈증 예방,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확인해 관련 특허를 한국, 미국 등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엔케이맥스도 개발 중인 면역세포치료제 ‘슈퍼NK’를 고려대 의대와 함께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치료목적사용승인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슈퍼NK는 선천성 면역세포인 NK세포를 고순도로 대량 배양해 제조한 것이다. 이경미 고려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NK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수용체가 과다 발현돼 NK세포가 현격히 줄어든다”며 “NK세포의 활성도를 높여주면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리처드 호치키스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와 스티븐 오팔 브라운대 의대 교수가 쓴 논문에 따르면 몸속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강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효과를 낸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면역반응이 억제되면서 손상된 세포와 조직이 회복된다. 하지만 노약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면역체계가 약해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도 전에 면역반응이 억제된다. 죽지 않은 바이러스 때문에 몸속에서 만성 염증이 생기고 패혈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하는 면역 치료제는 대부분 이런 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에스티큐브는 캐나다에서 동물실험을 준비 중이다. 면역관문억제제가 면역세포를 자극하는 신호물질인 인터루킨-2, 인터페론 감마 등의 분비를 촉진해 코로나19를 치료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영준 에스티큐브 부사장은 “항바이러스제는 매번 생겨나는 변종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약물을 병행해야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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