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내 봉쇄조치로 술집과 음식점이 문닫으면서 맥주가 남아돌고 있다. 환경 문제 때문에 함부로 폐기할 수도 없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 및 공급 과잉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은 원유와 항공 뿐만 아니라 생맥주 업계도 마찬가지”라며 “생맥주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경기장과 식당, 술집, 등이 문을 닫으면서 맥주가 갈 곳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생맥주는 술집과 음식점, 행사장과 경기장, 공연장 같은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셧다운 조치로 이들이 영업을 못 하게 되면서 그 여파는 생맥주 업계로 번졌다. 연간 가장 많은 맥주를 소비하는 행사로 꼽히는 성 패트릭 데이는 250여 년 만에 퍼레이드를 없앴고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미 대학농구 토너먼트도 취소됐다.
생맥주의 신선함이 유지되는 기간은 통상 2~3개월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장기화 된다면 맥주는 저장고 속에서 썩어갈 수 밖에 없다고 WSJ은 전했다. 양조장과 운송 및 유통 관련업체의 손실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전국 맥주도매상협회 최고경영자(CEO)인 크레이그 퍼서는 “지난달에만 1000만갤런(약 3785만리터)의 생맥주가 과잉 공급됐다”며 “역사상 최악의 시기”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손실액을 10억달러(1조23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맥주를 우유나 계란처럼 대량으로 폐기할 수도 없다. 물 속 수소이온농도(pH) 균형을 망가뜨리고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키며 박테리아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미 당국은 배수구나 강에 맥주를 쏟아버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정된 곳에서만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반환 및 폐기 관련 비용도 만만치 않다. 양조업체 마이크로스타는 맥주의 pH 균형을 맞추는 작업 등으로 정부 검사를 통과한 뒤 수로에 방류했다.
맥주회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글로벌 맥주회사로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는 자사 생맥주의 유통기한을 일시적으로 연장했다. 기네스로 잘 알려진 디아지오는 폐기 처지에 놓인 맥주를 회수하는 비용을 유통업체와 분담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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