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7일(13:5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산유국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오일머니를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7300조원에 달하는 오일머니가 일시에 빠져나가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돼 글로벌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에 투자된 오일머니는 5조~6조달러(한화로 약 6100조~7300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전 세계 11개 산유국의 증권투자, 직접투자, 기타투자를 합한 수치다. 공식적인 통계가 없는 산유국까지 포함하면 6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추정이다.
오일머니는 산유국들이 원유·석유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를 말한다. 폭 넓게는 산유국 내 재정수요를 충당한 후 국부펀드를 설립해 자산운용사 위탁 등으로 해외로 투자·환류되는 자금까지도 일컫는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1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산유국 재정균형 수준(배럴당 60~70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전에는 글로벌 수요 회복도 쉽지 않아 저유가로 인한 오일머니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산유국이 감산 합의로 원유 수출이 감소하고 수출 단가도 하락하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자금 수요와 외채 상환 부담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의 경우 유가가 10달러 하락할 때마다 재정수입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안팎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저유가 충격이 길어지면 산유국들은 해외자산을 매각하거나 투자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부펀드들은 보유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분위기다. 노르웨이는 올 1분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부펀드에서 670억크로네(약 7조7400억원)를 인출했다. 이달 중으로도 추가로 보유 채권을 매각할 방침이다.
GDP 대비 외채 부담은 바레인, 베네수엘라가 200%를 웃돌아 가장 높은 편이고 카타르,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이라크 등도 높은 편이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의 오일머니들은 주식 부문을 중심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산유국의 경상·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국부펀드 자금 인출로 연결되는 셈이다.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이다. JP모간은 올 상반기 중동계 국부펀드들이 2250억달러에 해당하는 주식을 팔아 치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 시장의 상황도 별다르지 않다. 미 국채의 외국인 보유액 6조7000억달러 중 산유국 비중은 13%에 달한다. 오일머니는 그간 안전자산인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보유 채권을 팔게 되면 채권시장의 불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산유국이 오일머니를 글로벌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국가 재정 지원을 위해 회수함으로써 글로벌 유동성 공급자로서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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