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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진출 한국기업, 한마디로 '고립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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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북미총괄에서는 지난 3월 말부터 한 달째 직원 수천 명이 전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뉴욕, 뉴저지 등 각 주 정부가 슈퍼마켓 병원 등 일부 필수 업종을 뺀 모든 사업체에 폐쇄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판매처인 베스트바이의 1000여 개 매장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다 보니 매출이 20~30% 급감하고 있다. 특히 대리점 개통 등이 필요한 스마트폰 판매량은 더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95%가 매출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 곳 중 한 곳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의 절반 아래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4월 20~24일 KOTRA 북미지역본부와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의 도움을 받아 미국 진출 한국 기업의 자회사·지점 등 6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매출 감소 여파로 기업의 65%가 자금 사정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계 기업은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약 10%는 경제봉쇄 기간에 따라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제조업과 에너지 업종의 타격이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제조공장을 둔 17개사 가운데 아홉 곳이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거나 지금도 멈춘 상황이다. 한 에너지 관련 기업 법인장은 “저유가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에너지 업종에선 사실상 모든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됐다”며 “그렇다고 한국 본사에 손을 내밀 수도 없고 완전히 고립무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삼성·현대차·LG 美법인 "한달 재택근무에 물류·판매망도 마비"
코로나 충격 본격화…"2분기 매출 반토막" 20%


“지난달 중순부터 ‘매출절벽’을 경험 중입니다. 더 불안한 건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는 겁니다.”

미국 뉴저지주(州)에 본사가 있는 한 한국계 기업 법인장이 털어놓은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미국 경제 봉쇄가 길어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지아, 텍사스 등에서 일부 경제활동 재개가 시작됐지만, 상당수 한국계 기업이 있는 뉴욕, 캘리포니아 등은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 정상 영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매출 급감, 가동 중단, 자금 우려까지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기업 66곳 중 65%인 43곳이 전원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23곳도 부분 시행 중이다. 문제는 이런 비정상적 근무를 언제 끝낼지 모르는 곳이 44곳(67%)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수가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코로나19 ‘핫스폿’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욕은 다음달 15일까지 경제 봉쇄가 연장됐다.

이에 따라 매출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3월 매출이 70% 이상 감소한 곳이 8곳, 50~70% 줄어든 곳이 4곳 등 절반 이상 급감한 기업이 18%에 달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속에 거래가 증가한 미래에셋대우 등 일부 금융회사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특히 21%는 2분기 매출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제조업 기업들은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세탁기), LG전자 테네시 공장(세탁기)은 한 차례 가동 중단을 겪었고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은 지난달부터 가동중단 상태다. 주정부가 가동을 막거나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결근율이 치솟은 탓이다. 한 전자업계 법인장은 “미국 공장뿐 아니라 최근 멕시코 공장도 가동중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매출 감소 등은 자금난으로 번지고 있다. 자금 사정에 대해 12곳(18%)이 “매우 걱정된다”고 답했고, “걱정된다”고 한 곳도 31곳(47%)에 달했다.

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점으로 매출 감소(25곳), 영업중단 기간 미정으로 인한 불확실성(24곳)을 꼽았다. 또 임직원 건강 문제를 든 곳도 12곳에 달했다. 한국 출장 애로, 비자 문제를 지적한 곳도 5곳이었다. 한 법인장은 “한국에서 주재원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가 중단돼 새 주재원이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감원 등 구조조정을 했거나 고려 중인 곳은 10곳(15%)이었다.

미 정부 지원은 ‘남의 떡’

미 정부는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고용 유지를 목표로 직원 1인당 7만달러까지 내주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이 대표적이다. 대출을 받은 지 8주 내에 다 쓰면 갚지 않아도 된다. 이미 3500억달러가 집행됐으며, 이번주부터 추가로 3200억달러를 지원한다.

하지만 한국계 기업들은 받기 어렵다. '지분 20% 이상 대주주 중 외국인이 있으면 대상이 아니다'라는 조항은 최종 단계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PPP 대출 등 미 중소기업청(SBA)이 관할하는 대출의 경우 전통적으로 대주주의 국적을 따져 승인해왔다. 또 관계사를 포함해 임직원이 500명 이하여야 한다. 삼성 등 대기업 자회사는 불가능하다. 뉴저지주에 있는 미래회계법인 목상호 대표는 “PPP 규정이 모호해 해외 관계사 포함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미국 내에서도 자금 사정이 나은 기업이 신청했다가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모회사가 한국 대기업인 곳은 신청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오는 5월 경제활동 재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조지아와 텍사스주가 지난 24일 처음으로 일부 업종의 영업을 허용했다. 이달 말이면 20여 개 주가 자택대피령을 해제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제활동이 재개된 곳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다시 가팔라질 경우 이런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 또 경제 규모가 큰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은 경제활동 재개가 상대적으로 늦다. 감염자 수가 여전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은 5월 15일까지 경제활동 재개를 늦췄고 뉴저지, 캘리포니아는 재개 날짜조차 정하지 못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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