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가 너무 대중화하면서 소비자들 관심이 다시 세단으로 돌아가고 있다."20020년 올해 'SUV vs 세단'의 경쟁구도를 예상하는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수년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고전을 면치면했던 준중형 세단의 반격이 올해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이 관계자는 "여전히 'SUV vs 세단' 경쟁은 치열하지만, 공간을 넓히고 성능을 높이면서 연비는 착해진 신차 출시로 준중형 세단 시장의 위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7세대 준중형 세단 올 뉴 아반떼가 사전계약에서 1만6849대가 판매되며 소형 SUV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던 준중형 세단의 저력을 보여줬다. 신형 아반떼는 6월께 친환경 하이브리드와 고성능 N라인 출시도 예정돼 올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실 소형·준중형 세단은 소형 SUV에 치여 판매가 급감하고 상당수 차종이 단종되는 아픔을 겪었다.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등으로 시작된 소형 SUV 열풍은 동급 세단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세단과 SUV는 엄연히 분류가 다르지만, 엔트리급 차량인 탓에 적지 않은 구매자가 취향이 확립되지 않은 초보 운전자라는 점이 변수였다.
업계에서는 첫 차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소형 세단과 소형 SUV는 비슷한 가격대 경쟁 차량으로 인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매자들에게 소형 세단은 같은 가격에 너무 작은 차였고,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과 트인 시야를 갖춘 소형 SUV에 지갑이 열린 것이다.
소형 SUV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사이 소형 세단들은 단종됐고, 한 등급 위인 준중형 세단들도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3년 사이 단종된 국산 소형·준중형 세단은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르노삼성 SM3·클리오, 한국GM 쉐보레 아베오·크루즈 등 6종에 이른다. 해당 차급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모델은 아반떼와 아이오닉·벨로스터·i30, 기아차 K3 정도다.
준중형 세단은 2010년만 하더라도 28만5203대가 팔려 국산 승용차 시장의 23.4%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9.2%를 기록하며 처음 10% 밑으로 떨어졌다. 전성기 연 13만대씩 팔렸던 아반떼는 지난해 6만2104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2018년 7만5831대에서 18.1% 줄어든 수치다. K3 역시 지난해 누적 판매 4만4387대를 기록하며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차 아이오닉은 6027대, 벨로스터는 2175대 등이 팔려 1만대 문턱도 넘지 못했다.
올해는 준중형 세단이 소형 SUV에 반격을 펼치는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덩치를 키우고 성능을 높인 신차들이 연이어 출시되기 때문이다. 올 뉴 아반떼는 3세대 플랫폼을 탑재하며 축간거리 2720mm의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이는 10년 전 중형 세단인 NF쏘나타와 비슷한 수준이다. 높아진 상품성에 지난달 25일 사전계약 시작 당일에만 1만58대의 계약이 몰렸다. 1990년 1세대 아반떼가 나온 이래 최대 실적이다.
기아차도 준중형 세단 K3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기존 상급 트림부터 선택할 수 있었던 옵션의 문턱을 중급 트림으로 낮춰 더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연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출시도 예정됐다. 말이 부분변경이지 올 뉴 아반떼와 같은 3세대 플랫폼을 탑재하는 등 사실상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동변속기만 제공하던 고성능 해치백 벨로스터 N도 2020년 모델부터 8단 습식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를 추가하고 자동변속 기능을 지원한다. 운전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물론, 엔진의 폭발적인 성능을 변속기가 최대한 이끌어낸 덕에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수동변속기 대비 0.5초 줄어든 5.6초가 됐다. i30의 경우에도 판매가 저조한 국내에서는 출시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부분변경 모델도 공개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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