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무법지대’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사설 동물원을 운영하는 조 이그조틱(본명 조지프 슈라이보겔)과 동물보호단체 대표인 캐럴 배스킨의 갈등을 그린다. 호랑이 사자 등 맹수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면서 이뤄지는 동물학대, 청부살인, 동성애 등 엽기적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이후 한 달 만에 세계 6400만 가구가 시청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전송) 업체 넷플릭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 수가 1577만 명 증가했다. 역대 최다 수치다. 지난해 말 가입자 대비 9.5% 늘어났다. 이전 기록은 작년 1분기 960만 명이었다. 신규 가입자 확대로 넷플릭스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1억8290만 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덕에 가입자 폭증
넷플릭스 가입자가 폭증한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며 집에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 포털 인베스팅닷컴의 해리스 안와르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궁극의 ‘자택격리주’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신규 가입자가 695만 명에 달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가입자가 360만 명 늘었다. 넷플릭스 보급률이 높은 미국, 캐나다에서도 230만 명이 추가로 가입했다.
새로운 다큐·드라마 시리즈 등이 인기를 얻은 것도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다. 리얼리티 데이팅 프로그램인 ‘연애실험: 블라인드 러브’는 세계 시장에서 3000만 가구가 시청했다. 액션물 ‘스펜서 컨피덴셜’은 지난달 6일 공개된 뒤 한 달 만에 8500만 가구가 봤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한 57억6770만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7억9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 강세가 넷플릭스의 글로벌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달러로 환산한 가입비가 기존 8.5달러에서 최근 6.5달러까지 떨어졌다.
넷플릭스는 10억달러의 부채를 조달해 콘텐츠 제작, 인수합병(M&A)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22일 발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구독료의 대부분을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콘텐츠 투자액은 150억달러에 이른다.
미디어 공룡들 ‘스트리밍 전쟁’ 격화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세는 2분기부터는 다소 약화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주주 서한에서 “올 2분기에 750만 명의 유료 가입자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택 격리가 종료되면서 시청률과 가입자 증가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디즈니와 애플,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 등 대형 미디어 업체들이 ‘스트리밍 전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가입자 확대에 걸림돌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추측과 짐작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사용하지 않는다”며 “경쟁자들을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지만 고민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는 ‘망 사용료’ 문제를 둘러싸고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 등의 이유로 네트워크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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