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대기자금이 142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급락장에서 개인들이 대거 유입된 데다 총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까지 꺾이며 부동산에서 증시로 ‘머니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증시 대기자금은 총 141조915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1월 20일 이후 27조2205억원(23.7%) 늘어났다.
증시 대기자금은 투자자예탁금(44조2617억원), 파생상품거래예수금(12조1094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잔액(77조2210억원), 위탁매매 미수금(2111억원), 신용융자 잔액(8조1071억원), 신용대주 잔액(47억원) 등을 합한 것이다. 이 중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거래계좌에 일시적으로 맡겨둔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같은 기간 28조원에서 44조원 수준으로 60% 이상 급증했다.
지난달 10조원에서 6조원대까지 줄었던 신용융자잔액도 8조원대로 다시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잔액이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가증권시장이 3조9725억원, 코스닥시장이 4조1346억원의 신용거래융자를 기록했다.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릴 만큼 국내 증시 폭락장에서 삼성전자 등 주식을 대량 사들였던 개인들이 최근 들어서도 주식 순매수를 지속하는 이유는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서 자산가 사이에선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쳐다볼 일이 없다고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대신 증시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번 더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대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같은 이유로 시중 투자자금의 피난처로 여기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상품에도 개인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CMA 개인 잔액은 20일 기준 47조977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 MMF 설정액 역시 이달 들어 4836억원 유입돼 22조7801억원(17일 기준)에 달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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