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접경지역 양돈농가에 축산차량 출입을 통제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 1일부터 경기·강원 북부 14개 시군에 있는 양돈농장 395곳에 사료·분뇨·가축운송차량 등 축산차량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20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사료 배송과 분뇨 처리, 가축이동은 농장 외부에서 진행해야하며, 농장 외부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울 경우 농장 내부를 울타리 등으로 구분한 후 차량을 출입시켜야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양주·동두천·포천·가평·남양주와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춘천·홍천·양양 등 14개 시군이 대상이다.
농식품부가 강력한 방역 대책을 마련한 것은 올들어 ASF 발생 지역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작년 경기 파주와 연천, 강원 철원 정도에서만 발생했던 ASF는 올해 철원보다 남쪽에 있는 강원 화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정부가 설정한 방역선 이남에서도 ASF가 검출됐다. 이달 들어서는 강원 양구와 고성 등에서도 첫 발병 사례가 나왔다.
발생 건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12월 56건 정도에 그쳤던 발생 건수가 올들어 4월19일까지 489건으로 폭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접경 지역 전체가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감염된 돼지는 열이 나고 피부에 푸른 반점과 충혈이 생기다가 1주일만에 죽는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병된 후 1960년대 유럽을 강타했다. 사람은 전염되지 않는다. 국내에선 지난해 9월 경기 김포의 양돈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후 총 14곳의 양돈농가에서 ASF가 발병했다. 나머지 531건은 야생 멧돼지에서 발견된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면서 경기·강원 일대의 양돈농가는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양돈농가 발병 초기 예방적 살처분을 했던 농가들 반년 넘게 돼지 사육을 중단한채로 시설비용 투자에 대한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돈협회 등 관련 단체가 돼지 재입식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간담회에서 "아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양돈농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같이 매일 ASF 감염 멧돼지가 나오면 위험하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