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만기로 오는 22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표시 가격이 급등하게 돼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WTI 선물이 5월물에서 6월물로 교체되며 나타나는 착시다. 국내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미 월물 교체(롤오버)를 끝내 선물 가격 급등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8.1% 내린 배럴당 18.27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6월물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은 배럴당 25.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금 당장은 공급 과잉 우려가 크지만 다음달부터 산유국들이 감산에 들어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국제 유가가 점점 오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이날 올해 12월 인도분 WTI 선물은 배럴당 33.82달러, 내년 6월물은 배럴당 38.19달러에 거래됐다.
크게 벌어진 5월물과 6월물의 가격 차이로 선물 만기일인 21일 최근 월물로 표시되는 WTI 선물 대표 가격이 큰 폭으로 뛰게 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한국시간으론 22일 WTI 선물이 급등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유가가 오른 것이 아닌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원유 ETF는 이미 롤오버를 끝내 22일 WTI 표시 가격이 급등해도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TIGER 원유선물 Enhanced’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5영업일 동안 5월물을 12월물로 교체했다. ‘KODEX WTI 원유선물’은 8일부터 5영업일 동안 5월물을 6월물로 바꿔 담았다. 이 덕분에 이달 WTI 5월물이 10.8% 하락하는 동안 KODEX WTI 원유선물은 2.2% 내리는 데 그쳤다. TIGER 원유선물 Enhanced는 오히려 15.9%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에서 만기가 먼 선물이 만기가 가까운 선물보다 비싼 ‘콘탱고’가 나타나면서 롤오버 비용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5월물에서 6월물로 교체되는 시기에도 두 선물의 가격 차이가 20~30% 벌어지면서 상당한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처럼 콘탱고가 심할 때는 원유 투자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오래 들고 있기보다는 단기에 승부를 보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