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원칙’이 월간 ‘샘터’를 50년 동안 지켜줬습니다. 유명인도, 일반 독자도 우리에겐 똑같이 귀한 작가입니다.”
올해 지천명이 된 월간 교양지 샘터의 김성구 대표(61)와 이붕우 고문(62)은 최근 서울 대학로 샘터 사옥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3·3·3 원칙은 명망 있는 작가, 글솜씨 있는 일반인, 글쓰기와 거리가 멀지만 인상 깊은 사연을 투고한 사람을 모두 동등하게 대접하고, 잡지에 싣는 분량도 균등하게 나눈다는 뜻이다. “누구나 삶의 영웅이 될 수 있고,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함과 위대함을 찾는다”는 게 샘터의 기본 철학이다.
김 대표는 샘터를 창간한 고(故) 김재순 국회의장의 아들이다. 1995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이 고문은 30년 동안 군인으로 살아 온 예비역 육군 준장이다. 정훈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고 2016년 국방홍보원장을 지냈다. 20년 지기인 김 대표의 부탁으로 지난달부터 샘터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샘터는 1970년 4월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공장 노동자들이 담배 한 갑보다 싼 값에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국내 최장수 문화교양잡지다. 피천득 작가, 법정 스님, 최인호 작가 등 당대 최고 문인들의 글을 실었다. 최장 연재 기간 421개월, 월 최다 발행 부수 50만 부 등의 기록이 있다. 하지만 종이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로 인한 경영난 탓에 지난해 10월 무기한 휴간을 선언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독자 2500여 명이 신규 구독을 신청하고, 기업의 후원이 이어진 결과다.
김 대표와 이 고문은 “독자들이 샘터를 동정해서 살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냉철한 독자들의 선택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김 대표는 “1000만원짜리 수표를 가져온 구독 신청자도 있었다”며 “더 이상 ‘연명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다시 일어나야 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할 때 경험한 각종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샘터에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육군 예비역이 왜 잡지사 고문을 맡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군인은 무식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서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군인에게 교양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책을 많이 읽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죠.”
반세기를 지나온 샘터 앞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독자층을 넓히고, 흑자를 낼 수 있느냐는 과제가 놓여 있다. 김 대표와 이 고문은 “종이책 중심의 정기구독제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샘터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회원제 중심으로 바꾸려고 한다”며 “여러 가지 경영 혁신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