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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6·25 전쟁 직후 열아홉 청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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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6·25 전쟁 직후 열아홉 청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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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노래 속의 봄날이 현재진행형으로 지나가던 때는 1953년, 봄꽃이 만발했다가 흐느적거리면서 지던 때다. 6·25전쟁 직후 1953년 대구에서 백설희가 발표한 봄의 서정 가득한 노래다. 우리나라 시인 100명이 응답한, 광복 이후 대중가요 중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 1위 곡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가사 1·3절)

1절 가사 뒤에는 이런 중간 대사가 읊조려진다. ‘봄은 머물지 않고 가버리는 것이지만/ 내 마음속의 그윽한 향기만 남기고/ 밤에는 푸른 별들이 속삭여 주고/ 낮에는 맑은 시냇물 가에/ 파랑새 노래 소리 정다운/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볼테르(1694~1778)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도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느린 것’ ‘사람들이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다가 잃어버리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 ‘아무리 좋은 것도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봄을 정의했다. 소동파(1037~1101)도 ‘봄밤의 잠깐은 천금’이라고 했다. ‘봄날은 간다’ 노랫말은 중국 남북조시대 악부(樂部) 시에 나오는 ‘봄바람 더욱 다정하여/ 나의 비단치마를 불어 젖히네’라는 구절을 연상하게 한다. 피천득은 ‘잃었던 젊음을 다시 가져오게 하는 봄은 헤어졌던 애인을 만나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라고 했다. 롱펠로(1807~1882)도 ‘처녀들이여, 5월은 오래 머무르지 않으니 마음껏 젊음을 누려라, 청춘의 향기를 마음껏 사랑하라’고 노래했다.

당시 26세였던 본명 김희숙, 백설희는 1927년 서울에서 출생해 16세이던 1943년에 조선악극단 음악무용연구소에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2005년 타계한 영화배우 황해(본명 전홍구)의 부인이며 가수 전영록(1954~)의 어머니이고, 걸그룹 티아라 전보람의 할머니이기도 하다. 남편 황해는 1922년 강원 고성에서 출생한 뒤 황해도악극단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두 사람은 4남1녀를 뒀으며, 부부동반 예술인의 원조 격이다. ‘봄날은 간다’는 한영애·심수봉·조용필 등이 리메이크했고,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그는 2010년 5월, 향년 83세로 고혈압합병증으로 이승을 등졌다. 지나간 봄날의 꽃잎처럼….

봄은 가도 사람은 남고, 사람은 가고 오지 않아도 그의 노래는 대중의 가슴 속에 흐르며 애창된다. ‘봄날은 간다’를 흥얼거리면서 짧은 인생보다 더욱 긴 예술을 음유해 본다. 하늘이 내려 준 계절은, 꽃 피는 봄날에는 가슴을 설레게 하고, 먹구름 소나기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고색찬연한 갈바람을 마주하면 인생의 무게를 스스로 깨우치게 되고, 다시 흰 눈이 내리면 지나간 인생의 봄날을 추억하며, ‘봄날은 간다’를 읊조리게 된다. 불그레한 인생이여, 13월의 봄꽃을 기다림이여.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이사·여주아카데미 운영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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