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가운데 3명의 위원이 새로 추천됐다. 특히 현 정부의 신뢰를 받는 조윤제 전 주미대사와 '소득주도 성장론자'인 주상영 교수가 추천되면서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6일 한국은행은 이달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후임으로 조윤제 전 주미대사,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추천됐다고 밝혔다.
차관급인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결정, 공개시장 운영 등 통화신용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업무를 맡는다. 임기 3~4년을 보장받고 연봉이 3억원을 넘는데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어서 경제 및 금융권 인사들이 선호하는 자리다.
현재 7명인 금통위원은 당연직인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를 빼고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기획재정부는 조 전 대사, 금융위는 주 교수, 대한상의는 서 원장을 후임자로 추천했다. 한은은 현직인 고승범 금통위원을 재추천하면서 금통위 출범 후 첫 연임 사례가 됐다.
조 전 대사는 '총재급 금통위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거물급 인사다. 2018년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임할 당시 총재 후보로 거론된데다, 1952년생으로 이 총재와 나이도 같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조 전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릴만큼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장관급 예우를 받는 주미대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조 전 대사의 금통위 입성으로 정부 입김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장을 맡고 있는 주 교수는 대표적인 '소득주도 성장론자'로 꼽힌다. 소득주도성장(이하 소주성)은 문재인 정부의 간판정책이다. 다만 그는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지만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주 교수는 지난해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소주성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며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다면 특정 학파의 이론으로 인식돼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2년간 나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노동정책에만 치중하지 말고 소득주도성장의 취지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중도개혁 지향의 일반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외연을 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원장은 한은 최초의 여성 부총재보 출신으로 2018년부터 대한상의 SGI 원장을 역임해왔다. 한은에서는 국제국 국제연구팀장과 금융시장부장 등을 거쳤다. 서 원장이 선임되면 JP모건 출신의 임 위원와 함께 2명의 여성 금통위원이 자리하게 된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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