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 두산중공업 등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채권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적 악화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만기 도래 차입금의 상환자금 마련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두산중공업 회사채 수억원어치가 연일 장내 채권시장에 헐값에 나오고 있다. 장내 시장은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의 공모 채권을 매매하는 창구로, 기관투자가 전용 장외 시장보다 가격 변동폭이 크다.
내년 10월이 만기인 아시아나항공 ABS(색동이제22차1-12)는 지난 14일 액면금액(만기 상환금액) 1만원짜리가 평균 9160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일인 9일의 9524원 대비 3.8%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달 26일 9800원과 비교하면 6.5% 하락했다.
10일 한국신용평가가 기초자산인 항공운임채권 회수 실적 감소를 이유로 아시아나항공 ABS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낮춘 뒤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액면금액의 5.94%에 해당하는 이자를 매년 지급하는 이 ABS의 거래금액은 하루 수백만~수천만원 정도로, 거래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14일 평균 연 13.1%를 나타냈다. 아시아나항공의 ABS 발행 잔액은 이날 현재 모두 66종 6600억원 규모다.
발행 잔액 5600억원 규모 두산중공업의 채권 가격도 하락세다. 2022년 5월 만기를 맞는 제48회 채권은 14일 평균 9448원(거래금리 연 6.4%)에 거래됐다. 6일 1만187원에서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잔존 만기 5개월짜리 또 다른 채권(제56회)은 같은 날 9749원에 거래돼 연 11.7%에 달하는 거래금리를 나타냈다. 두산중공업이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고 본 일부 투자자가 투매에 나선 까닭이다. 지난달 두산중공업 신용등급(BBB)을 ‘하향 검토 대상’으로 분류한 한국신용평가는 14일 “국책은행들이 지원하기로 한 1조원 규모 한도대출만으로는 만기 도래 금융 채무에 대응하기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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