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동차 시장, 문화, 역사의 발전이 올드카 문화 생성
-성숙한 문화위해 개인 및 사회 관심 필요
세계가 배출가스 감축 이슈로 자동차 제조사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으로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동차 생산에서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에 대한 패널티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갈수록 친환경차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다보니 '올드카'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괜시리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300만대를 넘어섰다. 인구 2명 당 한 대를 운행하는 수준이다. 아직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는 못미치지만 거의 포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시에 20~40년 된 오래된 자동차, '올드카' 숫자도 증가했다. 단순히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역사가 쌓이면서 자동차 문화 역시 성숙했다는 방증이다.
누군가에게 자동차는 그저 이동수단일 수도 있지만 어느 누구에겐 애지중지하는 '반려 車'로 자리매김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올드카 문화를 영유하는 매니아들 사이에선 1949년 이전의 차들은 대체로 클래식카라고 불리고, 연식이 40년 이상인 차를 올드타이머 올드카, 20년 이상을 영타이머 올드카라고 나눈다. 또 진정으로 올드카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동차에 담긴 스토리와 역사를 갖고 있다. 자기 인생의 일부를 함께한 자동차와 적어도 20년, 많게는 40년 이상의 세월이 쌓여야 진정한 올드카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실제로 올드카는 반려 동물이나 식물처럼 오랜 세월 함께하기 위해서는 정성껏 보살펴야 한다. 과거 20~40년 전에 개발된 차이기 때문에 부품수급이나 정비기술, 정비 후 수리 결과에 대한 퍼포먼스도 최신 자동차에 비해 뒤떨어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오랜된 자동차라 하더라도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정비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 올드카 정비는 수시로 이뤄져 신차 못지 않는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 휠, 타이어, 배출가스 성능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
최근 오래된 차를 복원했다는 의미로 '리스토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저 통상적인 정비에 해당한다. 진정한 의미의 '리스토어'는 자동차 제조사에 보내 그 시절 사용된 부품들을 이용해 출고 상태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실내 내장재의 패스너(부품들을 고정하기 위한 플라스틱 핀) 하나하나도 출고 때와 같은 것을 사용해 출고 상태로 만드는 것이 '리스토어', 즉 복원이다. 그 이외의 것은 정비나 튜닝에 불과할 뿐 복원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올드카 오너들은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차를 관리하지만 아직도 주변 시선은 따가운 경우가 많다. 현재 판매되는 신차들보다 덜 안전하다거나 덜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드카도 매 시기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검사를 받으며 관리한다. 오히려 올드카는 실주행용이라기보다 수집용인 경우가 많아 신차 대비 연간 주행거리가 현저히 적다.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올드카에 대한 정책과 법규, 보험이 새롭게 제정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올드카는 단순히 연식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홀대받는다. 자동차 보험에서는 어느정도 연식 이상이 지나면 차량 과표상 금액이 현저히 떨어진다. 관리가 잘된 차임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의 자차 금액이 의미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20년 동안 무사고로 운행한 차이더라도 타인 잘못으로 사고가 났을 경우 연식이 오래돼 수리비가 차량 가액보다 높다고 판단돼 무조건 전손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과 경제 수준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한 지 오래다. 오너의 입장에선 비용과 시간, 열정을 쏟아 부어 관리하는 생명체와도 같다. 물론 안전과 환경을 위해서는 차세대 자율주행 전기차로 옮겨가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세져 가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도 오래전 추억을 꺼내 되새겨보는 레트로 열풍이 함께 부는 시대이다. 우리는 언제나 차가운 이성 속에서 뜨거운 감성을 그리워한다. 누군가에겐 올드카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재용 교수(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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