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로랑 구티에레즈(54)와 건축가 발레리 폭트패(51)로 구성된 듀오 그룹 맵 오피스(Map Office)는 지난해 바다 위에 인공 섬을 하나 띄웠다. 잠수부, 어부, 활동가들과 협력해 대나무와 버려진 어망을 엮어 실제 섬들과 비슷한 형태의 구조물 ‘유령 섬’을 조성한 것. 영상작품 ‘유령 섬’은 인간의 어업 활동을 주제로 그와 관련한 사회적·경제적·역사적 관점의 이야기와 다양한 문화를 조사하는 설치미술 시리즈다. 이들은 사진, 회화, 설치, 공연, 문학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시아 지역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핀란드 출신 작가 에이샤-리사 아틸라(61)는 수평으로 이어진 6개의 모니터를 통해 가문비나무의 초상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나무를 온전한 형태의 초상, 즉 실제 크기로 보여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작품을 통해 자연을 기록하는 일 또한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이뤄지며, 자연의 한 부분을 온전히 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자연을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실험작을 소개하는 국제 동시대 미술 기획전 ‘수평의 축(Axis of Horizon)’을 오는 16일 오후 4시 인스타그램 라이브(mmcakorea)를 통해 먼저 공개한다. 원래 서울관에서 지난 6일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휴관이 길어지면서 온라인으로 먼저 만나게 됐다. 인스타그램 라이브에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옥금 학예연구사가 30분가량 전시 전경과 함께 실감 나는 설명을 들려줄 계획이다. 이후에는 다시 보기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수집한 국제미술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작가 17명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대지(자연)라는 수평선 위에 일종의 축을 세우는 것으로 보고 전시명을 정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사회,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이번 전시는 자연의 부분적 재현을 통해 삶을 통찰한 작품을 모은 ‘부분의 전체’, 계절·날씨·물·연기·얼음·공기 등과 같은 자연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탐구하고 시각화한 작품을 소개하는 ‘현상의 부피’, 풍경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근접한 미래, 역사에 대한 고찰을 다루는 ‘장소의 이면’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미술관 측이 수집한 뒤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 많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 맵 오피스의 ‘유령 섬’이 그런 작품이다. 비닐 호스를 빗줄기처럼 매달아 놓은 헤수스 파파엘 소토의 1988년 작 ‘파고들다’는 과천관에서 처음 공개한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설치 작품이다.
스페인 해안의 군사지대를 촬영한 로랑 그라소의 ‘무성영화’는 평화로운 경치 이면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과 불안을 묘사한 영상 작품이다. 한스 하케, 올라퍼 엘리아슨, 제니퍼 스타인캠프, 바이런 킴 등 외국 작가와 더불어 김세진 박기원 원성원 한성필 등 국내 작가도 참여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