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인’ 출신 총선 후보들이 21대 국회에 입성하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역구에서 험지에 배치된 후보가 많은 데다 비례대표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위성정당 모두 2~3명 정도만 당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20명대였던 경제인 출신 국회의원이 21대에서는 10명대로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최지은·이재영 등 사투 중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기업인, 경제 관료 등 경제인 후보는 민주당에서 13명, 통합당에서 12명이 후보로 뛰고 있다. 숫자만 보면 민주당이 많은 듯 보이지만 당선 가능성은 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최지은 전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가 부산 북강서을에,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경남 양산갑에 출마했다. 모두 민주당 험지인 영남권이다. 북강서을에서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5~26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김도읍 통합당 후보가 44.8%의 지지를 얻어 최 후보(34.8%)를 10.0%포인트 앞섰다. LG CNS 부사장 출신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유영민 후보도 부산 해운대갑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길리서치센타가 지난 5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하태경 통합당 후보는 53.1%를 얻은 반면 유 후보는 35.8%에 그쳤다.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인 이용우 경기 고양정 후보와 게임업체 웹젠 대표로 일한 김병관 경기 성남 분당갑 후보,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인 홍성국 세종갑 후보는 각각 통합당의 김현아, 김은혜, 김중로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 광주 서을 후보는 천정배 민생당 후보를 상대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매트릭스리서치 조사에서 양 후보의 지지율은 63.2%로 천 후보(20.4%)를 40%포인트 이상 앞섰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성남 중원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신상진 통합당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통합당, 기업인 열세 속 관료 출신 선전
통합당 경제인 출신 후보들도 만만찮은 선거를 치르고 있다. 김재섭 레이터 최고운영책임자와 이원섭 전 외환은행 외환딜러는 서울 도봉갑과 경기 용인을에서 현역 인재근, 김민기 의원과 대결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판세는 통합당에 갈수록 불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성철 전 제주팜플러스 대표는 제주갑에서, 이중효 효창산업 대표는 전남 여수에서 후보로 뛰고 있다. 통합당에서 대표적인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들이다.
경제 관료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과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서울 강남 3구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유 후보는 강남병, 윤 후보는 서초갑에 각각 출마해 큰 이변이 없으면 국회 입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20대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인 추경호 대구 달성 후보와 2차관 출신인 송언석 경북 김천 후보는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에 출마해 재선을 노리고 있다. 관세청장 출신인 허용석 서울 은평을 후보도 당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례대표, 여야 각각 2~3명 당선 전망
여야의 비례 전용 정당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나오면서 앞 순번인 기업인·경제관료의 국회 입성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불어시민당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 출신인 김경만 후보(비례 2번),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을 지낸 이동주 후보(4번), 세계은행 출신인 조정훈 후보(6번) 등이 당선 안정권으로 보인다. 미래한국당은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후보(2번),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출신인 한무경 후보(3번) 등이 당선 유력 후보로 예상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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