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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식 CP 매입' 시사한 韓銀…정부가 신용보강으로 화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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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 해소책으로 미국식 기업어음(CP)·회사채 매입 방안의 도입 필요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 총재는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그랬듯이 정부 보증하에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회사채나 CP를 매입하는 방식의 효과가 상당히 크다”며 “(한은법 80조에) 증권사 등 비(非)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한은의 특별대출 장치가 있으나 (실행에 옮기기에는)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은법상 한은이 회사채·CP를 직접 매입할 수 없지만 미국처럼 SPV를 통한 방식이면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Fed가 지난달 내놓은 CP 매입 방식은 Fed 산하에 ‘CP매입기구’를 설치하고, 여기서 설립한 SPV에 미 재무부가 100억달러를 출자해 신용을 보강하면 Fed가 자금을 공급하는 형태다. 이 총재의 발언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출범했음에도 CP 거래 위축으로 자금시장에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증권사 등이 발행한 총 14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가 한 달 이내에 돌아오는 것도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채안펀드는 ABCP 상환 문제를 해소할 만큼 규모가 충분치 못하고, 투자대상도 ‘AA-’ 이상 우량등급으로 한정돼 있어 “ABCP발(發) 위기를 막을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거셌던 터다.

관건은 정부가 ABCP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느냐다. 정부가 나서야 한은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원화가치 반등으로 금융 불안이 다소 진정된 듯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만약 ABCP의 상환에 차질이 생겨 이를 발행한 증권사가 무너진다면 그 파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덩달아 증권사가 판매한 주가연계증권(ELS)이 휴지가 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시스템은 경제의 혈맥이나 다름없다. 당장 겉으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물경제 위기가 본격화하는 판에 금융 불안까지 겹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예방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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