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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정책 기조 전환,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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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우리의 삶을 세 측면에서 위협한다. 첫째는 감염의 공포, 즉 당장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다. 감염 시 치명률은 이탈리아 12.3%, 한국 1.8%, 싱가포르 0.5% 등으로 국가별 편차가 크다. 치사율이 좀 낮다고 두려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손실회피 본능은 이익기대 본능을 압도한다. 국경 차단, 마스크 대란, 사회적 거리두기, 단절 및 격리는 감염 공포의 외부적 표현이다.

둘째는 생계와 실업의 위협, 즉 먹고사는 문제의 경제적 공포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는 소비와 생산 양 측면에서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각국이 인적 교류를 차단하고 공장과 상업시설 등을 폐쇄하면서 세계 교역은 급감하고 실업률은 치솟는 중이다. 올초에 세계 경제성장률을 3.2%로 전망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금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며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한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전망은 더 암울하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을 -34%까지 예상하고, 실업률을 30%까지 전망하는 이도 있다. 수출에 많은 것을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위기를 모면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대응과 적응을 통해 어떤 위기든 극복해왔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백신 및 치료제 개발, 항체 형성 등으로 결국은 극복해낼 것이다. 문제는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1929년에 미국 주식시장 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정부의 온갖 노력에도 10년 가까이 지속됐던 전례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경제는 V자형으로 즉시 반등한다고 보는 낙관적인 예측도 있지만,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공급망이 코로나 사태로 단절된 뒤라 이를 재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게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각국이 방만하게 쏟아낸 재정, 금융정책의 후유증 탓에 세계 경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한동안 침체와 불확실성의 늪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일자리·일거리 불안, 경제적 생존의 위협이 계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는 급격히 팽창한 정부 부문과 그로 인한 인간 자유·존엄에 대한 위협이다. 정부 부문이 커질수록 시장은 위축되고 경제적 자유를 비롯한 개인의 자유는 위협을 받기 마련이다. 지금은 방역 목적상 정부가 첨단기술을 동원해 국민의 개인 정보와 이동 경로를 파악·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차제에 축적한 기술과 경험이 통제사회로 이끄는 디딤돌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또 정부가 막대한 재정지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재난기본소득,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살포하겠다는 공약 경쟁에 열심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문제지만 손뼉은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나도 달라’, ‘더 달라’는 일부 여론을 보면 국민의 존엄성은 땅에 떨어진 듯하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재정확대와 일회성 지원금을 통한 소비 진작으로 극복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풀어도 메마른 사막에 물 붓는 격이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기저질환 상태였다. 최저임금 폭증,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과 각종 규제 탓에 ‘경제의 사막화’가 진행 중이었다. 국민을 경제적 생존 위협에서 자유롭게 하려면 경제의 기저질환을 치유하고 사막화를 막기 위한 제도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규제완화 또는 규제유예 제도 도입, 사업재편을 위한 ‘원샷법’ 확대 적용, 탈(脫)원전 정책의 선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정책방향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책의 사회적 수용성이 높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은 달리 보면 정책방향을 바로잡을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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