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이달 말 선보이는 온라인몰 ‘롯데ON’에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 계열사를 통합하지 않고, ‘입점’시키기로 했다. 완전한 통합 대신 입점이라는 차선을 선택한 것이다. 그룹 내 8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해 강력한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롯데ON)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다소 지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7개사 데이터만 통합하기로
롯데 관계자는 9일 “롯데ON에 롯데쇼핑 내 5개 사업부만 우선 통합하기로 했다”며 “하이마트와 홈쇼핑은 데이터베이스만 통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에는 백화점·마트·슈퍼·닷컴·롭스가 있다. 이들 5개 사업부의 온라인몰이 롯데ON의 근간이 된다.
당초 통합 대상이었던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는 빠졌다. 롯데면세점도 일찍부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계열사는 G마켓, 11번가처럼 그냥 롯데ON에 ‘입점’하기로 했다. 롯데ON에서 상품을 팔긴 하지만 그 안에서 별도의 몰을 운영한다는 의미다. 이는 애초 구상했던 롯데 전 유통사 온라인몰의 ‘화학적 통합’과는 차이가 있다.
롯데 관계자는 “홈쇼핑과 하이마트는 법인이 달라 입점 형태로 운영한다”며 “통합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며,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2018년 5월 그룹 내 8개 유통 계열사 온라인몰을 하나로 합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 롯데 각 유통 계열사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손쉽게 구매하고, 포인트를 쌓고, 상품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구상을 실현할 채널이 롯데ON이다.
하지만 통합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롯데면세점이 빠졌다. 면세점은 보세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롯데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 두 곳의 통합도 쉽지 않았다. 이들 회사는 법인이 달라 주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합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기존에 따로 하던 것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었다.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도 필요했다.
주주들 동의도 필요
특히 롯데홈쇼핑이 문제였다. 롯데홈쇼핑에는 롯데쇼핑(지분율 53%)에 버금가는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태광산업(45%)이 버티고 있다. 태광산업은 과거 롯데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법인명을 ‘롯데’로 바꾸는 데 태광산업이 찬성하지 않아 지금도 ‘우리홈쇼핑’으로 남아 있다. 롯데홈쇼핑은 법인명이 아니라 브랜드명이다. 태광산업 측 동의 없이 온라인 사업을 합쳤다가는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있다. 롯데홈쇼핑의 온라인 사업 비중이 절반에 가까워 통합 이슈는 태광산업에도 민감한 문제다. 상장사인 롯데하이마트도 주주들에게 통합 의미와 이해관계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 됐다.
취급하는 상품이 겹치는 것도 통합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냉장고는 하이마트도, 롯데홈쇼핑도, 통합 출범하는 롯데ON도 취급하게 된다. 이때는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기존처럼 모든 상품을 두서없이 다 보여주고 판매하면 통합 효과는 반감된다. 어떤 상품을 광고판 위쪽에 노출하느냐에 따라 각 사의 매출이 크게 바뀔 여지가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온라인몰 통합의 필요성과 현실적 어려움 앞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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