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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공공기관 변신…현장 행정으로 애로사항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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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62·사진)은 변화에 민감하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도 즐긴다. ‘안주하는 공무원으로 남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된 성향이다. 젊은 시절에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용산전자상가와 교보문고를 찾아 변화의 흐름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지금도 최신 스마트기기를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고, 의식적으로 업무에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조 이사장의 이 같은 성격은 서울시설공단의 일하는 방식도 바꿨다. 그는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지난해 7월 서울시설공단에 ‘오픈이노베이션’ 제도를 도입했다. 보직과 부서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게 했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조 이사장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유연하게 일하려고 노력한다”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의사결정 방식을 서울시설공단에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부서 간 칸막이 낮추겠다”

지난해 7월 30여 년간 몸담은 서울시를 떠나 서울시설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조 이사장은 오픈이노베이션 제도를 도입하며 변화의 시작을 선언했다. 일반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들여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을 뜻한다. 서울시설공단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외부와의 협업보다는 공단 내 부서 간 협업에 초점을 맞췄다. 공단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를 선정한 뒤 부서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조 이사장은 “공공기관은 2~3년 주기로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 제도 때문에 직원들이 전문성을 쌓기가 어렵고, 부서 간 칸막이가 높아 부서를 한 번 옮기면 협업도 쉽지 않은 구조”라며 “부서 간 장벽을 없애고 주요 과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시행 10개월을 맞은 오픈이노베이션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조 이사장은 올해 부서 간 협업을 넘어 외부와의 협업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그는 “올해는 서울시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학계 등과 협업해 교량관리 분야에 오픈이노베이션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성과는 공단 외부로도 공유해 국내 관련 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직원 아이디어 사업에 적극 반영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도 조 이사장이 활성화한 제도 중 하나다. 그는 “현장의 디테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 관리직이 아니라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이라며 “직원들이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적용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시민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현금 징수 사업장의 화폐 소독’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시설공단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남산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현금으로 받을 경우 거스름돈으로 소독한 지폐를 지급하고 있다. 지폐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이 아이디어는 현장 직원의 머리에서 나왔다.

조 이사장은 “거스름돈으로 지급하는 지폐의 오염 우려까지 고려하는 게 현장의 디테일”이라며 “훌륭한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겐 그에 합당한 포상을 하고, 미흡한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질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서울시설공단을 떠나더라도 직원들이 스스로 재미있게 일하고, 능동적으로 업무에 참여하는 조직문화만큼은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능동적인 파트너

조 이사장이 목표로 하는 서울시설공단의 역할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을 대행하는 것을 넘어 완성시키는 데 있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시설공단은 정책을 집행하고 시설물을 관리하는 데만 익숙해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 의견이 있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찾아 정책을 피드백하고 완성함으로써 서울시의 능동적인 파트너이자 정책 완성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답은 현장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일정이 바쁘더라도 1주일에 3일은 현장에 나가 시설물을 살피고, 정책 설계자들이 고려하지 못했던 문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최근 공유 킥보드의 운영 현황을 알아보고 싶어 역삼역으로 가 젊은 친구들이 킥보드를 빌려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살펴봤다”며 “사무실 책상보다는 현장에 있는 시간을 늘려 적극적인 현장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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