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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올해는 용두사미로 끝났지만...'강한 내년' 예고한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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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올해는 용두사미로 끝났지만...'강한 내년' 예고한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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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4월02일(11: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통과시키며 경영 참여를 천명했던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올해 ‘용두사미’로 끝났다. 다수의 대기업 및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과 사외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었지만 단 한 건도 과반수 주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그저 '종이 호랑이'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력한 주주활동을 예고한 국민연금의 선언에 기업들이 '알아서' 몸을 사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법률 리스크' 사내이사건 대거 반대했지만...모두 원안 통과

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총 111개 기업 779개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시했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58건(약 7.45%)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전체 사내이사 선임 안건의 5.84%,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의 6.25%에 반대표를 던졌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율은 11.49%에 달했다. 이 수치는 대부분 국민연금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공개하는 주요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사의 약 3분의 1수준인 800여개 상장사에 투자한다.

올해 국민연금이 중점 사안으로 삼았던 이슈는 ‘법률 리스크’였다. 국민연금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비롯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효성 사장의 ㈜효성 사내이사 연임건 등에 반대표를 던졌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채용비리건으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았고, 손태승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었다. 효성 그룹의 오너 경영자들 횡령 등의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국민연금은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기업 가치 훼손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2015년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이뤄진 SK㈜와 SK C&C의 합병건을 주도했던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SK텔레콤 기타비상무이사 선임건과 2018년 대규모 배당사고가 일어난 삼성증권의 사재훈 부사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대표적 예다.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 역시 국민연금의 표적이 됐다. LS와 LS산전, 삼성엔지니어링, DB손해보험, 효성첨단소재, LG이노텍,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다수의 대기업 상장사가 여기에 포함됐다. 국민연금은 반대 이유로 “경영성과에 비해 보수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3월 30일까지 진행된 모든 주총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는 단 한 건도 부결로 이어지지 않았다. 주총 보통결의 요건이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과 출석주식 수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상당수 주주들이 기업 경영진의 편에 서면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된 셈이다.

국민연금의 반대가 힘을 못 쓴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매년 주총때마다 주목 받아왔지만 대개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연금은 총 2594개 안건 중 21%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반대한 안건 가운데 최종 부결된 안건의 수는 연평균 4.2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국내 상장사 보유 지분율이 꾸준히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진은 이를 두고 ”국내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다보니 국민연금의 반대가 부결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기준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한다지만, 그것이 다수 주주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기업들 알아서 몸 사린 결과..."영향력 더 강해질 것"

이를 두고 시장 한편에선 국민연금이 ‘종이 호랑이’ 신세가 됐다고 평가하거나,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찻잔 속 태풍‘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해 국민연금의 행보를 단지 주총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져 결국 부결로 이끈 이후 연말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까지 만든 국민연금의 의지를 확인한 기업들이 주총을 앞두고 알아서 몸을 사린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주총을 앞두고 국내 주요 대기업들에선 오너 경영자들이 일부 계열사 사내 이사 연임을 포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주총을 앞두고 현대제철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건설,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역시 올해 대림산업 사내이사 연임에 나서지 않았다. 업계선 이를 사내이사의 과도한 겸임 및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온 국민연금을 의식한 ‘자체 개선 노력’으로 보고 있다. 올해 주총 결과만으로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재단하긴 어렵다는 이유다.

올해는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비롯해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도 충분한 준비를 갖추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점도 기업들 입장에선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근 전문위원이란 제도가 생기면서 국민연금은 올해 주주활동을 위한 조직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국민연금의 주요 주주활동의 결정 권한을 가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올해 2월 말에야 새롭게 꾸려졌다.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은 수탁위 인선이 늦어지면서 아예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민연금 주관부처기도 한 보건복지부의 기능이 코로나 관련 대응 외엔 ‘올스톱’되면서 올해는 의결권 행사 등에서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힘은 뺐지만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을 통해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1심까지만 법원 판결이 난 사안은 물론이고,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징계 등 1차적 판단이 이뤄진 기업이나, 과거 반대 의결권 행사의 대상이 된 기업의 경우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이사 선임 등에 있어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점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엔 반대했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한라홀딩스 및 만도 사내이사 연임건에 대해 올해는 ‘기권’ 결정을 내렸다. “경영 개선 노력이 다소 미흡하지만 그간의 노력과 최근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 국민연금 측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배당이나 이사 선임 등에서 국민연금의 지적을 충실히 수용하면 오너의 연임 또는 겸임도 넘어가 줄 수있지만 법률 리스크가 있는 인물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법률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이 기업 사냥꾼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결코 종이 호랑이가 아니다“라며 ”창업 1세대의 퇴장과 상속 등으로 최대 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대폭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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