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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노동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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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고생하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외국과는 달리 사재기로 마트 생필품이 동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의료진의 헌신이 전염병 확산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진정시켜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또 골목골목 들어서 있는 유통망, 편리한 모바일 쇼핑과 신속한 택배 서비스의 존재 등도 한몫했다고 본다.

나를 포함해 재택근무가 가능한 조직의 구성원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근로자가 재택근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전염병 위험 속에서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을 멈추면 우리의 하루가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대구로 동원됐던 전국의 소방대원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들, 마스크와 생필품 공장 노동자들, 과도한 업무 강도에 허덕이는 택배기사들 덕분에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타인과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의식주 문제가 분업을 통해 해결되기 때문에 남에게 의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들과 같이 우리 생존에 핵심적인 일을 하는 근로자들의 보상은 일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소득 불평등과 반(反)사회적 행동의 관계를 항공기 좌석 크기와 기내 난동 데이터를 사용해 계량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있다. 이에 의하면 일등석과 일반석의 차이가 클수록 승객이 소란을 피울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일반석 승객이 일등석을 지나가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갔을 때, 비행기 중간에 있는 게이트로 탑승해 일등석을 지나치지 않은 경우보다 기내 난동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불평등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불편함이 증폭돼 반사회적 행동으로 연결된다고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북유럽과 같이 학력이나 직업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지 않은 나라가 건강한 사회다. 요즈음 같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저임금 속에서 우리의 일상을 가능하게 해 주는 근로자를 보며 ‘노동의 진정한 가치’에 관해 다시 생각해 봤다. 나의 짧지 않은 인생에서 이번같이 그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졌던 것은 처음인 듯하다.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이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도 잘 대접받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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