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내 주식시장보다 해외 주식시장에 눈을 돌린 ‘직구족’이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가 사들인 해외 주식 수익률이 국내 주식 수익률보다 낮아서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산업 변화를 반영하며 차별적으로 반등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보다 못했던 해외 주식 수익률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 직구족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7억2713만달러(약 9000억원)로 전월(4억2571만달러) 대비 70.8% 늘었다. 2억8281만달러를 순매도한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10억달러(약 1조236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글로벌 증시가 코로나19로 일제히 폭락하자 일부 국내 투자자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는 한국 시장은 불안하다”며 미국 주식 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해외 주식의 최근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단기 저점을 찍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미국 현지시간 기준)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7.15%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폭(16.39%)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 기간 직구족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애플로 순매수액은 6000만달러(약 741억원)다. 이 기간 애플의 수익률은 7.62%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수익률(10.58%)보다 낮다. 직구족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일본 화학업체 쇼와덴코는 11.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린 마이크로소프트(10.52%), 테슬라(10.52%), 알파벳(3.65%), 보잉(17.89%), 아마존(0.19%), 델타항공(1.17%) 가운데 코스피지수보다 반등폭이 컸던 종목은 보잉뿐이었다. 테슬라가 10.52% 오르는 동안 현대자동차는 25.25% 상승했다. 구글 등이 포함된 알파벳이 3.65% 오르는 데 그친 반면 네이버는 20.27% 뛰었다. 델타항공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대한항공은 30.41% 급반등했다. 대부분 업종에서 국내 기업 주식이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반등장에서는 낙폭이 컸던 국내 주식의 반등폭이 기본적으로 큰 것”이라며 “미국에선 코로나19로 예상되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종목별로 반등폭이 크게 차이나고 있는 만큼 대형주·우량주 중심으로만 접근하던 기존 해외 주식 접근법을 점차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ETF도 명암 갈렸다
회사채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했다. 미국 투자적격 회사채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 투자적격 회사채 ETF’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내 직구족이 4298만달러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수익률은 5.64%로 국내 채권형 ETF 평균 수익률(2.91%)보다 높다. 3월 넷째주까지만 하더라도 순매수 50위권에도 들지 못한 이 ETF는 경기 둔화 등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의 러브콜을 받아 순매수 3위에 올랐다. 만기가 1~12개월 남은 미 국채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 숏 미 국채 ETF’는 같은 기간 여덟 번째로 많은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률은 -0.10%로 국내 채권형 ETF의 평균 수익률(2.91%)보다 낮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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