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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기자의 설] ‘킹덤2’, 그는 살고 그녀는 죽은 이유 (스포일러 포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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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확산 논하는 명작에서 청출어람 실패한 후속작으로 격하
|어떻게 생존하려는지에 따라 두 주인공 미래 달라져
|김은희 작가 “시즌3에서는 치정 멜로 보여줄 것”

[김영재 기자] 전 세계를 상대로 영상물을 제공 및 배급하는 ‘콘텐츠 거상’ 넷플릭스는 그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영화, 드라마, 예능 등 각종 한국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다. 새 작품 공개 때마다 서울 강남역을 비롯한 시내 곳곳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홍보물로 물드는 광경은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됐다.

그 중 ‘킹덤’ 시리즈는 ‘옥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끼친 넷플릭스 효자 상품이다. SBS ‘싸인’, tvN ‘시그널’ 등으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가 조선 배경의 좀비물을 만든다고 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공개된 시즌1은 자본에 구애(拘礙)받지 않는 창작자의 상상력은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갖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자리매김했다.


▶여러모로 훌륭한 시즌1…안주한 나머지 궁중극으로 끝난 시즌2

‘킹덤’ 시즌1은 다분히 상업적인 작품이었다. 물론 모 드라마 속 ‘불랸셔 제빵소’ 같은 PPL 광고는 일절 없다. 작가는 ‘광고를 얼마나 더 넣을까?’를 고민하는 것 대신, 주인공 이창(주지훈)이 성군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에 ‘달리는 좀비’를 덧입혔다.

상투 튼 좀비가 저고리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것만으로 인기를 끌었을 리 만무하다. 권력에 눈이 먼 세도가 조학주(류승룡)의 악행으로 세자와 외척 간 선악 구도를 명징했고, 특히 백성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제 이익만 우선시하는 권력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리게 했다. 역병의 창궐. 이에 동래 이방(유승목)은 군영을 걸어 잠그고, 상주 목사(정규수)는 읍성 안 사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성문을 닫으려 한다. 반면 세자 이창은 “누가 큰 백성이고 누가 작은 백성인가!”를 외치며 양반도 무기를 들라 명한다.

가렴주구 아래 사회 구성원이 산 사람의 피와 살을 탐하는 괴물이 되고 그 증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과정, 즉 ‘킹덤’에서의 창궐은 피라미드 맨 밑 하층 시민이 상층부를 공격해 그들과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혁명의 확산이기도 하다.

반전도 돋보였다. 계비(김혜준)의 거짓 회임과 역병 환자가 실은 햇빛이 아닌 온도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그것. 더불어 조학주와 안현(허준호), 영신(김성규)에게 3년 전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는 단서만 제공될 뿐 명확한 답이 등장하지 않아 시청자가 다음 시즌 공개 때까지 여러 추론을 내놓게끔 했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신음하는 지금과 연관된 대사도 다수였다. 전염을 막기 위한 “격리” 및 “봉쇄”는 현재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사회 붕괴를 막기 위해 선택한 록다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시즌2는 시즌1의 반전과 복선을 회수하기에 마음이 바쁘다. 도미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등장인물 죽이기는 놀라우면서 한편으로는 아쉽다.

제국의 내홍이 결국 사회 전체를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제목대로 왕좌를 가지려는 자와 그를 막아 새 세상을 열려는 자의 대립에 더 중심을 둔다. 하지만 왕자를 낳냐 마냐로 왕권의 향방이 결정되는 전개는 여타 궁중극과 유사성이 짙고, 계비와 창이 각각 어영청과 내금위를 상대로 벌인 “지략”은 그 계략의 심도가 얕다. 철없는 양반 조범팔(전석호)의 활약(?)도 눈부시다. 그가 계비의 명을 어기고 참형 집행을 거부하는 순간은 휘뚜루마뚜루 진행된 극 후반부와 맞물려 개연성 결여를 가속화한다.

민치록(박병은)과 이강윤(김태훈)은 쓸모를 더 고민해야 했다. 덕성(진선규)과 안현, 무영(김상호) 그리고 계비의 퇴장이 유독 잔상으로 남는 이유는 두 시즌에 걸쳐 그들에 감정을 이입해서가 아니라, 새 등장인물에게서 그 어떤 욕망도 느껴지지 않아서다.


▶全 시즌 관통하는 ‘생존’…이창에게는 의지가 계비에게는 욕구가

사실 ‘킹덤’은 시즌1과 시즌2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그 둘을 한데 엮어 해석해야 하는 작품이다. 그 둘을 가로지르는 맥락은 바로 ‘생존’이다.

왕(윤세웅)이 죽었다는 괘서가 도성 곳곳에 나붙는다. 이에 좌의정(이동희)은 유생들이 해당 괘서를 붙였다는 고변이 있었다며 자백을 강요한다. “가장 먼저 자백하는 자의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이라는 조건과 함께. 여기서 생존은 지식인의 신념을 무너뜨리는 도구다. 영신은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먹냐는 서비(배두나)의 분노에 동래성 사람들 역시 이웃의 살과 뼈로 기근을 견뎠다며,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는 쪽을 택할 터”라고 답한다. 하층민에게 생존은 어찌하였든 삶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는 원초적 본능이다.

한편, 지도층에게 생존은 곧 권력의 소유다. 조학주와 계비는 손에 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왕에게 생사초를 사용한다. 가진 것을 포기하기는커녕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인간의 욕구는 망자를 죽어서까지 권력의 도구로 시달리게 한다.

물론 생존을 목표로 하는 인간의 악전고투와 고군분투, 이합집산은 극에 추동력을 더하는 보편적 도구다. 어느 작품에나 등장하는 탓에 ‘킹덤’만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2부터 그 생존은 지도층에 한정해 더욱 발전된 면으로 시선을 끈다.

김은희 작가는 시즌1과 시즌2의 주제를 각각 ‘배고픔’과 ‘피’라 정의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욕구(배고픔)가 세대(피)를 건너 양극단으로 뻗어 나가는 순간, 이창은 살고 계비는 죽는다. 어디를 향하냐에 따라 생존은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칼이 된다.

먼저 이창의 극 중 행적이다. 시즌2 마지막 회에서 이창은 전란과 역병으로 어질러진 조선에는 원자가 필요하다며 동생에게 왕위를 양보한다. 물론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으로 세자가 ‘왕자이민위천 이민이식위천(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을 깨달은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그 양보의 전부일까. 사실 이창의 양보에는 ‘백성은 하늘’이라는 것뿐 아니라, 그 격언에 앞서 아들에게 생존을 부탁한 두 아버지가 있다. 그 결과 이창은 생존을 욕구로 소비하기보다 ‘의지’로 품는다.

“세자… 그래, 난 이 나라의 세자다. 아버지의 하나뿐인 아들이지만 적통인 계비가 아들을 낳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후궁의 몸에서 태어난 반쪽짜리 세자. 그래서 그리하였다. 살고 싶어서.” 이창은 가만히 있어도 왕이 될 그가 왜 역모에 가담했냐는 물음에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그 생존 본능의 저변에는 그가 성인이 돼서도 잊을 수 없는 왕의 당부, “살아남거라. 살아남아야 한다”가 있다.

그 당부는 시즌2에 이르러 다음으로 구체화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내쳐졌다. 넌 내 유일한 아들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니 꼭 살아남거라. 그래서 너는 저들과 다르다는 것을 나와도 다르다는 것을 진정한 왕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보여 주거라.” 이창을 자식처럼 아끼는 스승 안현 역시 불의(不義) 항전 및 그 전쟁에서 승리해 대의(大義)를 정립하는 것을 생존과 연관하며 그에게 목숨을 지키라 전한다.

이창이 왕위를 넘보지 않는 이유는 그가 ‘한서’의 한 단락을 외우고 있어서가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들어 온 ‘생존하라’는 의지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흡사 등대처럼 앞길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발통문에 이름을 적으면서까지 생존에 목을 맨 세자는, 아버지의 당부대로 그 목표를 살(殺)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생(生)에서 구하는 자세를 고수하며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결국 생존에 성공한다. 아무리 생이 배고플지언정 그 허기를 배설하기보다 가슴 속 의지로 갈무리한 이창을 보면 살아남는 것에도 품격은 있다.

그 정반대는 계비 조씨다. 이창이 왕과 안현으로부터 정의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부탁받았다면, 반대로 계비는 그의 아버지 조학주로부터 권력의 산실(産室)로써 아들 낳기를 강요당한다. “아들을 낳거라. 반드시 아들이어야 한다. 그것이 네가 해야 할 일이야.” 특히 조학주는 창덕궁 후원 못에 가라앉은 시체를 가리키며 “몇 구가 있건 몇십 구가 있건” 권력만 있으면 살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릇된 의식을 주입한다.

시즌2에서 계비가 “간악하고 교활”한 천성을 드러내며 조학주를 죽인 까닭은, 그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생존법이 늘 타인이 가진 것을 빼앗는 데에 국한돼서다. 다시 말해 계비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간 지켜본 대로 생 대신 살을 택하나, 그 선택은 살과 뼈를 아무리 물어뜯어도 언제나 배고픈 역병 환자처럼 그가 또 살인을 저지르게끔 한다.

최후를 맞기 전 조학주를 부르며 권력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이르는 계비.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계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경멸”당한 그가 시대의 한계를 깨고 제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닌, 본인만 생각하는 생존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이다.

물론 ‘킹덤’을 생존으로 해석하는 일은 작가의 의도에 위배된 폭력적 비평일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각각의 아버지로부터 무엇을 배웠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생존과 관련해 어떻게 허기를 제어했냐는, 두 아버지의 목을 벤 세자 이창과 독살로 아버지에게서 권력을 빼앗은 계비 조씨 모두 존속 살인자로 지칭된다는 점에서 더 집중이 필요한 요소다. 아마 김은희 작가는 역병 외에 탐욕까지 넘실대는 가상의 조선을 통해 현대에서도 그 욕망을 다룰 줄 아는 자가 이창이 언급한 “새 세상”을 열 것이라 판단한 듯하다.

역병은 끝나지 않았다. 김은희 작가의 말에 따르면 시즌3는 ‘한(恨)’이 주제란다. 압록강 유역 등을 배경으로 시즌2 말미 등장한 아신(전지현)이 극의 주축이라고.

하지만 기대가 덜한 것은 왜일까. 기존 등장인물은 죽고, 새 등장인물은 전보다 못한 데다, 무엇보다 창과 계비의 생사는 ‘킹덤’에 더없는 완결성을 부여했다.

만일 ‘킹덤’이 시즌3로 돌아온다면 그 ‘킹덤’은 우리가 아는 ‘킹덤’일까? “역병으로 이성을 잃고 인육을 탐했다면 이분이 왕이 아니십니까? 왕이 아니라면 이분은 누구십니까? 이렇게 살아 계신 전하를 아직도 왕이 아니라 부인하시는 겁니까?” 극 중 조학주는 그가 생사초로 되살린 왕을 대제학 김순(김종수) 앞에 내보이며 ‘이성을 잃었더라도 왕은 왕’이라는 억지를 펼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왕은 죽었다. 껍데기만 같을 뿐이다.

‘킹덤’의 단점은 떠나야 할 때 떠나지 않고 좀비를 자처한다는 것이다.


▶‘킹덤’ 집필한 김은희 작가 (인터뷰)

당연히 우연일 테다. 그가 ‘킹덤’을 처음 구상한 때가 2011년이니 말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더믹에 신음하고 있는 현재, 화면 너머에서까지 역병이 들끓는 광경은 실제와 가상의 절묘한 혼재로 ‘킹덤’의 시의성을 크게 강화한다.

“작금의 사태가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우리 삶이 흔들리는 심각한 사태라 생각해요.” 코로나19는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진행되는 기존 인터뷰 관례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화상을 통해 만난 김은희 작가는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이 모든 악몽이 끝날 것입니다”라는 극 중 서비의 대사를 인용하며, “모두의 바람대로 최대한 빨리 안정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부터 해 질 녘까지 하루 내내 진행된 홍보 강행군에 지친 나머지 주전부리로 당을 보충해 가며 인터뷰에 임하는 그에게 시즌2의 여러 아쉬운 점을 직접 물어봤다.

―주요 등장인물 다수가 퇴장했습니다. 망설임은 없었나요?

“어떤 마지막이 최선일지 많이 고민했어요. 무영의 경우, 사실 그의 죄가 별거 아닐 수도 있어요. 세자 행선지만 전달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정도의 배신도 무영에게는 큰 상처가 됐을 거예요. 무영의 내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런 결말을 맞는 게 그 인물에게 가장 어울리는 죽음이라 생각했죠. 조학주는 가장 비참한 죽음을 바랐어요. 그 결과 혈통을 중시한 그가 자신의 핏줄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그들을 죽여야 할지 말지 망설인 것보다 그들이 어떻게 죽으면 가장 좋을지 고민한 부분이 더 컸어요.”

―범팔은 창을 몇 번이고 배신하다 갑자기 “나는 못 하겠다” 하면서 다시 창에게 복종을 맹세합니다. 개연성 없는 태세 전환이라 생각해요.

“범팔은 못된 사람이 아니라 무능력한 관리예요. 팔랑귀고요. 아마 관아에만 있었다면 백성의 삶을 못 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한양까지의 여정으로 모든 걸 목격해요. 한양에 온 범팔이 조학주 등 그의 친족을 보고 ‘이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나?’를 생각하도록 글을 썼어요. 오히려 한양이 지옥처럼 느껴지게요. 더욱이 범팔은 창이 백성을 위해 싸우는 것을 지켜본 사람이죠. 하지만 그 태세 전환에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끼셨다면 그건 작가의 잘못이에요.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웃음)”

―‘킹덤’으로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까?

“잘못된 정치가 배고픔을 낳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정치인은 왜 잘못했을까?’ 피와 혈통을 향한 인간의 탐욕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 생각했고요.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 ‘어떤 리더를 좋은 리더라 부르나?’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시즌3는 어떻게 그려 나갈 예정인가요?

“아마 시즌2 조학주가 그리울 정도의 악당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전지현 씨의 아신 역은 다른 주요 배역과 함께 극의 한 축이 될 거고요. 시즌3는 북방이 배경이고, 그곳에서 치열한 삶을 사는 민초 이야기가 많이 부각될 듯해요. 생사초의 기원도 다룰 예정이고요. 좌의정이 된 범팔이 어린 왕과 창이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지켜봐 주세요. 시즌3에서는 로맨스에 도전하려고 해요. 치정 멜로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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