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결혼 시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일들이 왕왕 생겼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혼식을 강행해야 하는 예비 부부들은 지인들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청첩장을 건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단체 사진을 찍는 진풍경도 올라와 있다.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말 어렵게 결혼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식을 미루기엔 위약금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사진을 찍은 하객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어려운 발걸음을 한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컸다. 무사히 결혼식을 치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섭섭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불참한 하객들도 많았는데, 일부 지인들은 축의금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주 만나는 '절친'은 아니지만 생일 등 대소사를 챙기는 사이인 B씨와 C씨에 대한 섭섭함이 컸다.
전 직장 동료인 B씨는 2월 말 결혼했다. A씨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직접 식장을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의금 또한 냈다.
A씨의 결혼식 당일 전 회사 직원들 중 친분이 있던 이들은 잠시라도 들러 인사를 하고 떠났다. 하지만 B,C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최근 B,C씨가 함께 포함된 단체채팅방에 A씨의 결혼식 사진이 올라왔다. B씨는 "어머, 결혼식 꼭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갔어. 미안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결혼을 앞둔 C는 "하객들 많이 왔어? 내가 갔었어야 하는데 미안해. 나도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몸 조심 하느라 그랬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휴, 코로나19 때문에 분위기도 말이 아니었겠다. 나는 6월이 결혼식이라 그나마 다행이야"라고 말하며 A씨의 혈압을 오르게 했다.
단톡방에 참가한 한 지인이 "못가서 정말 미안하다"며 계좌번호를 달라고 했다. A씨는 "안 보내셔도 된다"고 말렸지만, "마음이 불편하다"는 지인의 말에 축의금을 계좌로 받았다.
B씨는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보고도 아직까지 축의금을 보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너무 속상한 마음에 남편에게 이 일을 털어놓으니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생각하라"며 A씨를 다독였다.
A씨는 "B가 이 글을 본다면, 내가 냈던 축의금 만큼 바로 보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C는 본인 결혼식 때 나를 초대할지 정말 기대가 된다"고 털어놨다.
네티즌들은 "축의금 먹튀 하는 사람 생각보다 정말 많다. 주변에 소문 내라 '조심하라'고", "정말 개념이 없는 사람들", "손절 당할 거 알면서 그런 것. 아쉬울 게 없나보다", "C가 청첩장 주면 결혼식 꼭 가고, 축의금은 내지 말고 와라", "축의금 은근 신경쓰이는데 그냥 기부했다고 생각하시라", "결혼식에 못갔더라도 축의금은 내야하는 것 아닌가", "결혼식을 잊었더라면, 추후에 언급됐을 때라도 내야했다"며 함께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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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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