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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쏟아진 뉴욕…시신 가방 10만개 긴급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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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의 명소 센트럴파크의 이스트 메도. 1일(현지시간) 68개 병상 규모의 야전병원이 문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19명을 받았다.

이 야전병원 운영을 맡은 인근 98번가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옆길엔 냉동컨테이너 트럭 8대가 나란히 서 있다. 1941명에 달한 뉴욕주의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임시 안치하는 곳이다. 사망자는 이날 하루만 391명이 증가했다. 연방재난관리처(FEMA)는 이런 트럭 85대를 뉴욕시 병원들에 배치했다. 대당 44구의 시신을 실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EMA는 이날 시신보관용 가방이 모자라자 국방부에 10만 개를 긴급 요청했다.

세계 경제의 ‘심장’ 뉴욕 곳곳이 코로나19와의 전쟁터로 변했다. 당초 오는 7일부터 뉴욕오토쇼가 열릴 예정이던 재비츠컨벤션센터에는 1000여 개 병상이 마련돼 환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세계적 명품쇼핑가인 5번가의 더플라자, 세인트레지스 등 7성급 호텔들도 임시 병원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 우한을 넘어 세계 최대 코로나19 확산지가 된 뉴욕주에선 이날 전날보다 환자가 약 8000명 늘어 8만3712명에 달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코로나19 환자가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대략 4월 말이 될 것”이라며 “이는 한 달 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라이커섬 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죄수들이 인근 하트섬 내 공동묘지에서 대규모 무덤을 파고 있다. 이 교도소에서도 최근 수감자 167명과 직원 137명이 확진자로 판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집중발병지역을 중심으로 국내선 항공편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 마이애미 등 집중발병지역을 오가는 항공편을 사례로 들면서 “꽤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을) 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인들의 발과 같은 비행기편을 끊는다는 건 미국을 멈춰 세우겠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은 멈춰서고 있다. 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한 승객은 14만여 명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93%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2주가 매우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음을 앓고 있는 곳은 뉴욕만이 아니다. 이날 미국 감염자는 20만 명을 돌파했다. 월도미터는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확진자 수를 21만5300여 명으로 집계했다. 하루 만에 2만7000여 명 증가한 것이다. 사망자 수는 511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4000명을 돌파했던 것을 감안하면 하루 만에 1000명이 넘게 사망한 것. 감염자는 지난달 19일 1만 명을 넘긴 뒤 불과 13일 만에 20배로 급증했다. 1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늘기까지 닷새가 걸렸다.

뉴저지, 캘리포니아,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도 새로 발생한 환자가 1000명을 넘었다. 플로리다, 조지아주는 자택대피령을 내렸다. CNN은 전체 미국인의 약 90%가 집에 갇혀있게 됐다고 집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국의 발병 추세가 이탈리아와 가장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1일 오후 6시 현재 확진자 11만574명, 사망자 1만3155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이런 이탈리아와 비슷하다는 건 앞으로 감염 추세가 더 심각하게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되더라도 10만~24만 명이 사망할 것이란 예측이 제시됐다. 백악관이 예측한 최저선인 10만 명은 6·25전쟁 당시 미군 사망자(5만4246명)의 두 배 수준이며, 1차 세계대전 사망자(11만6516명)와 비슷하다. 펜스 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이 이행되지 않으면 사망자가 160만∼22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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