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SNS 밴드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의 격전지인 미국을 파고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밴드를 활용해 소통하는 미국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수십 명 단위 소모임에 특화한 SNS란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용자 저변이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밴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네이버 라인처럼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발돋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밴드로 출석 체크하는 미국인들1일 네이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3월 13일 이후 2주간 밴드에 새로 가입한 미국인 이용자가 급증했다. 직전 2주에 비해 신규 가입자가 81% 늘었다. 밴드에 둥지를 튼 모임도 많아졌다. 이 기간 밴드에 기반한 모임이 140% 증가했다. 미국 전체 이용자 수(MAU)는 지난달 기준으로 250만 명에 이른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갖던 모임들이 밴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밴드 내 치어리딩 관련 모임이 540% 급증했다. 종교, 학교 관련 모임 역시 각각 232%와 133% 늘었다. 일반 기업도 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이용자들이 개설한 밴드 모임 증가폭은 115%에 달했다.
소모임 회원들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는 게 밴드의 장점이다. 실시간 방송 기능을 활용하면 온라인 강의가 가능하다. 모임 참가자의 출석을 체크할 수 있고, 행사 참가 신청서도 돌릴 수 있다. 같은 모임에 소속된 회원끼리 목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 ‘그룹콜’ 기능도 눈에 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가장 반응이 빠른 곳이 치어리딩 팀”이라며 “실시간 방송 기능 등을 활용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부터 2주간 미국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 그룹은 직전 2주보다 512% 증가했다.
2017년부터 존재감 커져밴드는 출시한 지 8년이 된 서비스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했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성적은 신통찮았다. 미국 소비자들이 밴드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10~20대 젊은 소비자들이 ‘방과후 활동’에 밴드를 사용하면서 ‘밴드’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페이스북 등에도 일정 관리, 정보 공유 등 소모임 기능이 있지만 외부에 노출되기 쉽다”며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밴드의 초기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연주 단체’라는 뜻을 지닌 서비스 명칭도 홍보에 도움이 됐다. 음악 관련 방과후 활동을 하는 청소년 중 상당수가 서비스 명칭에 이끌려 밴드를 쓰게 됐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코로나19가 밴드의 글로벌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라인의 전례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시 네이버는 대지진 직후 모바일 메신저 개발을 시작해 3개월 만에 서비스를 내놨다.
밴드의 미국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학선 네이버 그룹앤CIC 리더는 “밴드가 편리한 의사소통 도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사용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