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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의 경제산책] 지원효과 기껏해야 50억원인데 1조2000억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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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의 경제산책] 지원효과 기껏해야 50억원인데 1조2000억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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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납부 기한을 3개월씩 연장해주기로 했습니다. 당초 거론됐던 요금 감면 대신 납부 유예에 그쳤고, 대상자 역시 소상공인·저소득층 477만2000가구로 국한됐지요. 탈원전 정책 이후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의 재무 여력을 감안한 조치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미 다양한 할인 제도가 있어 감면 조치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만, 지금보다 요금 할인 프로그램이 더 많았던 2015년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자 주택용 및 산업용 전기요금을 한시 인하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7페이지짜리 ‘사회보험료 등 부담완화 방안’을 보면, 이번 전기요금 유예에 따른 지원 효과는 총 1조25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요금 내는 시한을 단순히 3개월 늦춰주는 것 뿐인데 왜 이렇게 효과가 크다는 것일까요.

정부의 계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전국 소상공인은 300만5000호입니다. 이들의 월평균 전기요금을 12만5000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여기에 대구·경북지역 소상공인 19만4000호의 월평균 요금 6만2500원을 더했지요. 저소득층 157만2000호가 납부하는 월평균 2만원의 요금을 합산했습니다. 그럼 1개월 기준으로 4192억원이 나옵니다. 3개월 간 유예해주기로 했으니 1조2576억원이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를 ‘지원 효과’로 포장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1조2576억원은 단순히 ‘유예대상 최대 전기요금’일 뿐입니다. 이번 대책으로 전국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이 1조2000억원 넘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오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실제 혜택은 얼마나 될까요. 요금 감면이 없으니, 소상공인·저소득층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3개월 납부 유예에 따른 금융비용(이자) 정도입니다.

정부와 한전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대상자들이 전부 납부 유예를 선택할 때 발생하는 이자는 70억원 정도입니다. 대상자의 70%가 신청하면, ‘이자 지연 효과’가 50억원 정도에 그친다는 계산입니다. 이마저 전국 소상공인과 대구·경북 소상공인이 중복됐기 때문에 부풀려진 측면이 있지요.

정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납부연기 대상자가 모두 유예 신청을 하더라도 한전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에, 이자 비용은 한전이 전액 부담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당초 설명대로 한전이 진짜 1조2576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면, 적자 탓에 지난 2년 간 배당조차 받지 못한 한전 투자자들이 두고만 보지 않을 겁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지원효과를 설명한 다른 자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총 1884만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납입자에 대해 3개월 간 보험료 납입을 유예해 주기로 했는데, 이 역시 지원효과가 6조원(신청률 50% 가정)으로 집계됐다고 홍보했지요. 고용보험 납부유예 효과는 7666억원, 산재보험 납부유예 효과는 7532억원이라고 각각 발표했습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정부의 발표 자료는 ‘신뢰’가 생명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대책이더라도, 과장된 홍보가 섞여 있다면 곤란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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