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주가가 급락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금융주들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기준금리 인하 직격탄을 맞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월 6일과 3월 6일 2회에 걸쳐 우리금융지주 자사주를 5000주씩 매수했다. 손 회장은 자사주 매입에 1억505만원을 들였다. 손 회장은 지난해에도 2억5400만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주를 추가로 산 것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 들어 자사주 매입에 6600만원을 투입했다. 김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6만 주 수준이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이달 추가로 매수했다. 올해 들인 자금만 2억7708만원이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도 올 들어 각각 1억5732만원, 8653만원어치 자사주를 매수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회장들이 직접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은 저평가 신호로 해석한다.
하지만 투자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코스피200 금융업종 지수는 올 들어 34.5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21.87%)을 크게 웃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위축에 따른 신용위험 확산 우려까지 반영되면서 은행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사 주가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자사주를 매수한 금융지주 CEO 가운데 김기홍 회장만 수익을 기록했다. 손태승 회장이 꾸준히 매수한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상장 다음날인 지난해 2월 14일 1만6000원을 고점으로 53.19% 하락했다. 당장 올해 매수한 1만 주의 평균 매입단가는 1만505원으로, 30일 종가(7490원) 대비 28.70% 손실이 발생했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90% 이상으로, 타 금융지주에 비해서도 금리에 대한 실적 민감도가 높아 주가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로 인한 수수료 이익 감소를 감안할 때 올해 은행업종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2% 감소할 전망”이라며 “현재 저평가된 주가는 1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올해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