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사진)가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주기로 결정한 시·군에 대해 1인당 1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및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을 결정한 지자체에는 지급하지 않기로 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도지사의 재정 집행 재량권을 적극 활용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기본소득 정책을 놓고 시·군별 줄세우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개 시·군 중 14곳이 기본소득 도입
경기도는 자체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는 14개 시·군에 인구 1인당 1만원의 추가 재정지원을 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이 지사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재난기본소득 추가 시행 시·군에 재정지원 검토 중’이라는 글을 올리고 “도가 보유한 약 4000억원의 특별조정교부금 예산을 자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시·군에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도는 “시장·군수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도가 재정지원을 한다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곳이 많았다”며 추가 재정지원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별조정교부금은 기초단체 간 재정 격차 해소와 균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지사가 재량으로 시·군에 지원하는 재원이다.
이날 현재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한 곳은 포천 화성 이천 여주 양평 과천 파주 광명 김포 군포 의왕 안양 의정부 광주 등 모두 14곳이다. 지급액은 가장 많은 포천이 40만원에서 가장 적은 광명이 5만원으로 다양하다. 14개 시·군의 총인구는 451만1627명으로 1인당 1만원씩 지원할 경우 약 451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날 총 19개 시·군이 재난기본소득 도입 방침을 밝혔다고 말해 실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도가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재정은 해당 시·군이 재난기본소득에 더해 지급해도 되고 보건소 건립 등 다른 예산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기본소득 정책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
하지만 기본소득 지급 대신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을 결정한 기초지자체들은 이번 지원에서 배제되자 “도지사가 재량권을 남용해 무리한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대부분 ‘중위소득 100% 이하’ 등 기준을 정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은 “이 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정책에 동참하는 시·군에만 재정 지원을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돈을 받지 못하는 시·군 주민들의 예상되는 압박을 이용해 기초자치단체들에 자신의 기본소득정책을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도의 재난기본소득 정책에 사실상 따르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초자치단체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결정했는데, 도지사가 국민 세금인 재정을 무기로 획일화된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동참하려는 시·군이 늘고 있다”며 “연말까지 각 시·군에 재정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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