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골프장들이 경매와 모금을 통해 직원 구하기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퍼지면서 캐디는 물론 클럽하우스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실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파인허스트리조트&CC는 지난 28일 SNS를 통해 15종류의 상품 경매(사진)를 시작했다. 경매로 나온 상품은 다양하다. 리조트 내 최고급 호텔에서 머물면서 대회 코스인 넘버2, 넘버4 코스 등을 도는 ‘3라운드 2박3일 패키지’가 눈길을 끈다. 6박7일간 리조트 내 10개 코스를 모두 돌아보는 ‘풀 패키지’ 상품도 내놨다. 넘버4 코스를 디자인한 코스 설계자 길 핸스와의 동반 라운드도 경매에 올렸다. 파인허스트리조트&CC는 경매로 거둔 수익을 모두 직원과 캐디들의 생계비로 지원할 계획이다. 미 골프전문매체 골프닷컴은 이번 경매로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가 넘는 돈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1895년 세워진 파인허스트리조트&CC는 미국 골프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이 골프장의 넘버2 코스는 최근에만도 세 차례(1999, 2005, 2014년)나 US오픈을 열었다. 2014년 6월에는 US오픈과 US여자오픈을 연달아 개최해 화제가 됐다. 2024년 US오픈도 이곳에서 열린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리베라CC는 직원들의 생계자금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리베라CC의 단골인 유명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의 제안이 시발점이 됐다. 이름이 ‘리베라 캐디 펀드’다. 15만달러가 목표인 이 펀딩에는 1주일간 137명이 참여해 12만4630달러가 모였다. 이 돈은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리베라CC 소속 캐디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골프닷컴은 코로나19로 두 골프장에서만 수백 명의 실업자가 나올 위기에 처했다고 추정했다. 닷컴은 “코로나19로 코스뿐 아니라 호텔 식당이 모두 비어 있는 상황이라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상생을 택한 두 골프장의 선택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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