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은 1991년 창업 이후 5~7년마다 신제품을 내놨다. 소스 개발 하나에도 엄격한 과정을 거쳤다. 올 들어 전략을 바꿨다. ‘교촌 닭갈비 볶음밥’ 등 가정간편식(HMR)을 전국 매장에 내놓은 데 이어 최근 ‘리얼치킨버거’를 선보이며 버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가맹점 수 국내 1위인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지난주 ‘1인 혼닭’ 메뉴를 선보였다. 1만원에 혼자 즐길 수 있는 옛날통닭 튀김으로 치킨 배달 업체들과의 경쟁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외식·식품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전통의 업계 1위 브랜드들은 ‘자존심’을 버리고 다른 영역에 팔을 뻗기 시작했다. 장수 브랜드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밖에서 술 마시는 사람이 줄자 국내 주류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편의점에서 ‘쏘맥 세트’를 할인해 팔기로 했다.
코로나19에 신제품으로 ‘맞불’
개학과 나들이 시즌이 본격화하는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는 식품업계 최대 성수기다. 본격적인 신제품 경쟁도 이때 펼쳐진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제품 출시 일정을 4~5월로 미뤘다. 반면 외식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전국에 가맹점을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수익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배달 앱과 벌이는 할인 행사에도 적극적이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쉐이크쉑버거 등을 거느린 SPC그룹은 브랜드별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킷캣, 오레오, 농심 바나나킥 등과 함께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던킨도 펭수도넛, 헬로키티 도넛, 리세스 도넛 등 눈길을 끄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SPC 관계자는 “이런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통닭 튀김인 ‘1인 혼닭’과 식물성 패티를 사용한 ‘미라클 버거’로 손님 끌기에 나섰다. KFC도 닭껍질 튀김에 이어 켄터키치킨버거 등을 선보였다. 외식 자영업자들은 자체 온라인몰 등을 통해 직접 포장 및 배송에 나서는 등 ‘맛집 배달’로 방향을 틀었다. 순대 맛집, 갈비 전문점은 물론 레스토랑까지 밀키트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히트 상품 ‘테슬라’도 할인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면서 주류 회사들은 편의점 시장 공략에 나섰다.
CU는 다음달 1일부터 ‘테슬라(테라+참이슬)’를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맥주 테라 500mL 세 캔과 참이슬 한 병을 묶어 ‘쏘맥 세트’로 구성해 9000원에 판다. 기존 정상가(9900원)보다 약 10% 저렴하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내놓은 맥주 신제품 테라와 소주 신제품 진로이즈백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던 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성장세가 꺾였다. CU 관계자는 “해외 캔맥주나 인지도가 낮은 수제맥주를 할인해 파는 경우는 많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국산 맥주와 소주를 묶어 할인 마케팅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외식 시장에서 판매량이 줄자 주류업계가 편의점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술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CU의 주류 매출은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 맥주가 21%, 소주는 17%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맥주(5.3%)와 소주(18.4%) 매출이 뛰었다.
국내 주류시장은 수십 년간 업소용 채널 판매 비중이 70%를 넘고, 가정용은 20%대였다. 올해는 이 비중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3일부터는 스마트폰 앱 또는 온라인으로 와인 등 주류를 주문한 뒤 편의점이나 음식점 테이블에서 찾는 ‘주류 통신판매’도 허용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통신판매 허용 시기와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가정용 주류 판매가 올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픽업이 쉬운 편의점 등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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