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사장(사진)이 자신을 협박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배후에 삼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판단이 잘 안 섰다"고 말한 것에 대해 삼성이 "객관적 사실이나 전후 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29일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조주빈 사건 진행 과정에서 사실과 무관하게 삼성이란 이름이 나오고 있다"며 "삼성은 언급된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기자들에게 "흥신소로 위장한 조씨가 김씨와의 친분의 증거를 보여주면서 '김웅 (기자) 뒤에 삼성이 있다'는 식의 위협을 했고, 이들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신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미투' 바람 당시 삼성 미전실 직원들이 자신의 성신여대 교수 재직 시절 비슷한 의혹이 있는지 뒷조사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가 사칭했다고 주장하는 '삼성 미전실'은 2017년 2월 해체된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 격인 미래전략실이다. 국내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것은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 직후다. 이 때는 삼성 미전실이 해체돼 존재하지 않았다.
손 사장이 김웅 기자와 소송하게 된 본인의 뺑소니 사건과 이에 대한 언론보도는 각각 2017년 4월, 2019년 1월이다. 삼성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에 벌어진 사건이다.
삼성은 손 사장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에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며 '매우 유감'이란 뜻을 나타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정말 배후에 누군가 있고 협박을 당했다면 손 사장이 직접 신고는 물론 보도도 했을 것"이라며 "삼성을 거론하면서 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조씨는 사칭과 거짓말을 일삼다 보니 무슨 말이든 지어내겠지만 손 사장이 삼성을 거론한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사실과 무관하게 언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