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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알맹이는 없는 증시 세제지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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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곡이 빠진 쭉정이 같습니다.”

한 증권사 사장은 24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 중 증시 세제 지원 방안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 같은 한마디로 갈음했다. 껍질만 있고 속이 빈 곡식 쭉정이에 빗대 정부의 세제 지원책이 실효성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폭락한 주식시장의 수요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10조7000억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과 함께 세제 지원 방안을 내놨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투자 대상에 주식을 포함하고 가입 대상을 ‘소득이 있는 자’에서 ‘모든 거주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ISA는 예·적금 및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ELS) 등만 투자가 가능한데 여기에 주식까지 포함해 세금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ISA는 연 2000만원 한도로 납입해 5년간 묶어두면 총 200만원(서민형은 400만원)의 수익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 절세 통장이다.

그런데 주식의 경우 ISA에 돈을 넣어봤자 세 혜택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매매차익에 대해선 이미 세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 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지만 ISA의 납입 한도 등을 감안하면 이번 세금 혜택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정부가 ISA 대상을 모든 거주자로 확대하더라도 절세 효과가 크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SA 세제 지원책은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직전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0조원의 자금 유입 효과를 봤던 비과세 장기 주식펀드 조성을 추진했다. 1~3년 장기로 적립하면 비과세 혜택뿐 아니라 납입액의 일정 부분을 소득공제해주는 펀드다. 대주주에 물리는 주식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방안들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전례없는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청와대가 증시 부양에 세금 지원책이 빠졌다고 지적하자 궁여지책으로 ISA 방안을 급히 끼워 넣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ISA는 ‘국민 만능통장’이란 별명이 무색하게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2016년 3월 출시 후 9개월 만인 11월 말 240만 명을 기록했던 ISA 가입자 수는 1월 말 기준으로 206만 명으로 줄었다. 보여주기식으로 급조된 세제 지원책은 증시 수요 기반 확충은커녕 그나마 남아 있는 투자자까지 등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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