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거꾸로 보유세 부담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 공제비율이 2022년까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시가격 현실화가 속도를 낼 경우 보유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공시가격 떨어져도 세금 ‘역주행’25일 집코노미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내년과 2022년 보유세를 모의 계산한 결과 공시가격이 올해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되거나 떨어지더라도 정작 세금 부담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구할 때 공시가격에 대입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0%에서 내년 95%, 2022년 100%로 오르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과세표준의 공제 범위는 줄어든다.
예컨대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와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같은 면적대를 소유한 2주택자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로 4943만원을 내야 한다. 두 아파트의 올해 기준 공시가격 21억8000만원과 10억8400만원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다.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와 같아도 보유세는 5316만원으로 오른다. 2022년도 마찬가지다. 공시가격이 똑같이 유지돼도 보유세는 올해보다 600만원가량 증가한 5594만원으로 늘어난다.
집값 상승이 멈춰도 세금이 오르는 건 종부세의 계산 구조 때문이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한다. 다주택자의 합산 공시가격이 32억원이라면 기본공제(6억원·1주택 단독명의는 9억원)를 뺀 26억원에 이 비율을 대입한다. 올해 비율 90%를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23억4000만원이 된다. 그러나 내년과 2022년 5%포인트씩 오르는 비율을 적용할 경우 과세표준은 각각 24억7000만원과 26억원으로 증가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집값 하락도 일정 부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사례에서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내년 5000만원씩 떨어져 총 1억원이 하락하더라도 보유세는 올해보다 100만원 이상 오른 5078만원이 된다. 2022년에도 공시가격 하락이 지속돼 올해 대비 2억원이 증발하더라도 보유세로 51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시세로 환산할 경우 집값이 총 3억~4억원가량 떨어져도 세금은 거꾸로 오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세부담 상한에 걸린 경우 세액 증가분은 내년에 마저 반영된다”며 “서울 고가주택의 경우 실질적인 세금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매물 늘어날까이마저도 공시가격이 유지되거나 하락한다는 가정에서의 계산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시세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며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올해는 시세 9억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가격 구간별로 전년 대비 2~10%포인트 끌어올렸다. 시세 12억~15억 주택의 현실화율은 69.7%, 15억~30억 주택은 74.6%다. 하반기 발표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목표치가 추가로 올라갈 수 있다.
만약 올해 집값이 최종적으로 소폭 상승하거나 현실화율 목표가 높아질 경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공시가격이 해마다 5%씩 오른다고 가정해보자.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까지 반영한 보유세는 올해 4934만원에서 내년 5697만원으로 뛴다. 2022년엔 6400만원으로 올해보다 1700만원가량 오른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도로 결정할 경우 상반기 안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시한(6월 말)과 보유세 과세기준일(6월1일)을 고려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소득이 없는 고령자나 은퇴자들의 경우 6월 이전에 증여 매도 등을 통해 주택수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위축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부동산시장 냉각 가능성을 고려하면 세금 부담 증가로 인한 매물 출회는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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