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상장사 1523곳이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전체 상장사 열 곳 중 약 일곱 곳에 해당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기관투자가 및 소액주주의 공격적 주주권 행사가 예고돼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주총 가장 많아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주(23~27일) 정기 주총을 여는 12월 결산 상장법인은 1523개사다. 전체 상장사(2303개)의 66.2%에 달한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484곳,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966곳, 코넥스시장 상장사가 73곳이다.
24일과 27일은 수백 곳의 정기 주총이 집중되는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다. 24일엔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LS산전 두산인프라코어 웅진씽크빅 두산밥캣 무림에스피 한국기업평가 등 356곳이 주총을 연다. 27일엔 가장 많은 670개 상장사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대림산업 쌍용양회공업 대한항공 포스코 한국전력 아시아나항공 네이버 셀트리온 CJ제일제당 한진칼 롯데제과 셀트리온제약 등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반(反)조원태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칼 주총 결과가 특히 주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25일과 26일로 예정된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정기 주총 결과도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기업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지난주 입장을 정했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 지분 9.76%(최대주주), 우리금융 지분 8.82%(2대주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주주제안도 최대 규모 수준
이번주 주총에선 회사가 아니라 주주들이 제출한 주주제안 안건을 놓고도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는 물론이고 소액주주까지 주주권 행사 수위를 높이면서 주주제안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기 주총을 앞두고 기관 및 소액주주들은 이날까지 22개 기업을 대상으로 109건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역대 최대인 2015년 116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사·감사 선임을 요구하는 안건(66건)이 60.5%로 가장 많았다. 예컨대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27일 주총을 여는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대상으로 “경영진을 감시할 독립적인 후보가 필요하다”며 문봉진 다산회계법인 전무를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했다.
신(新)사업 확대 정관 변경(23건, 21.1%)이나 배당 관련(15건, 13.7%) 주주제안을 한 사례도 많았다. 24일 주총을 여는 현대에이치씨엔 주주들은 주당 120원 현금 배당 안건을 제안했다. 현대에이치씨엔 이사회가 제시한 수준(주당 60원 현금 배당)의 두 배다.
소액주주 쓴소리 늘 듯
표대결을 통해 주주제안 안건이 무산되더라도 올해 주총장에선 소액주주들의 쓴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일 주가가 곤두박질쳐 경영진에 대책을 묻겠다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주총장 안전 관리’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주총장 좌석 간격을 넓히거나 전자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26일 주총을 여는 SK텔레콤 등 일부 기업은 주총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온라인 생중계할 계획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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