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구하기 어려워진 마스크가 시민에게서 경찰을 거쳐 복지시설로 전달됐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정오께 트럭을 몰고 서울 광진경찰서 구의파출소에 찾아온 30대 남성 한명이 마스크 100매가 든 상자를 놓고 갔다. 이 남성은 "일하다가 잠시 들렀다. 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하는 경찰관들에게 마스크를 주고 싶다"며 상자를 두고 곧장 파출소를 떠났다.
일선 경찰에게도 마스크는 부족한 물품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지구대·파출소 등 현장 근무 경찰관들에게 마스크를 보급하고 있지만, 1명에게 주당 2장 정도 제공되는 수준이다. 주야간 근무에 투입되고 성난 민원인이나 주취자를 상대해야 하는 경찰관이 감염을 방지하기에는 부족한 양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지구대·파출소에 왔다가 발열 증상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근무자 전원이 격리 조처되는 일도 잇따르는 등 현장 경찰관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구의파출소 경찰관들은 시민에게서 받은 자신들보다 더 필요한 곳에 다시 전달하기로 했다. 이들은 논의 끝에 전날 오후 광진구의 한 장애인 단기 거주시설을 찾아 마스크와 음료를 전달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성동경찰서 행당파출소에서 마스크 '릴레이' 기증이 있었다. 7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내가 쓰다 남은 것이니 경찰관들 쓰시라"며 파출소에 마스크 28매를 놓고 간 것이다. 행당파출소 경찰관들은 이 마스크를 성동구의 한 아동복지시설에 기증했다.
파출소 관계자는 "힘든 시기에 마스크 부족 현상까지 있는데 기증을 받아 기쁘다"며 "저희는 마음만 받고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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