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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올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는 유독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경영권 분쟁이나 총수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 등 예민한 주총 안건이 걸려있는 기업들은 더욱 그랬습니다.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공격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본격적인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은 56개 기업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배당이나 지배구조 개선에 관여할 수 있는 일반 투자로 바꿨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한항공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다 포함됐습니다. 신한금융지주, 포스코, KT&G처럼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기업들은 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죠. 국민연금의 입김에 기업 경영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국민연금은 여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했습니다. 특히 이사회의 독립성이나 주주 권익 관련 안건에 대해선 과거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국민연금은 한국단자공업과 LG이노텍의 정기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에 반대했고, 코스맥스의 정기 주총에선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중요한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으로 근무했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렇다 보니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실제 '주총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습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올린 안건이 줄줄이 통과된 겁니다. 실례로 국민연금은 SKC코오롱PI의 정기 주총에서 ‘주총 및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세부사항 일부 조정’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사외이사 임기 변경, 이사회 소집 통지기간 단축, 정관상 이사회 결의 대상 축소가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입니다.
또 S&T중공업의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보수 한도가 보수에 비해 과다한 데다, 보수 자체도 경영 성과에 비해 너무 많다고 판단해서죠.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SKC코오롱PI와 S&T중공업이 상정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최대주주를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은 덕분입니다.
하나금융지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전원도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BNK금융지주와 2대 주주로 있는 삼성증권의 정기 주총에서도 각각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별 다른 문제 없이 원안대로 안건들은 통과됐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도 반대표를 던지기로 입장을 정했지만 큰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일반 주주들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기업 지분율 자체가 대주주 등에 비해 낮기도 하지만 주주들의 의견을 한 데 모으지 못했다는 말이죠. 그래서 앞으로 남은 기업들의 정기 주총에서도 큰 이변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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