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친밀한 관계로 연결되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타인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살기보다는 고립과 외로움을 겪는다. 이탈리아 출신 인지 심리학자 조반니 프라체토는 “외로움은 인간을 서서히 죽여가지만 관계는 인간을 소생시킨다”며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인간관계를 행복을 살찌우는 필수요소로 여긴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인간관계 중에 우리 삶의 질과 행복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관계의 대상은 단연 가족과 친구, 연인과 같은 가까운 사람들이다. 프라체토는 저서 《친밀한 타인들》에서 나와 친밀한 타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에 초점을 맞춰 외로움에서 벗어나 친밀감을 되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인간 심리와 관련된 최신 과학 연구 결과를 현실적인 이야기와 함께 엮어 풀어냈다. 저자는 친밀한 관계를 맺고 경험하고도 이런저런 두려움과 욕망 탓에 친밀감을 잃어버리기를 반복하는 여덟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짝을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하며 가상의 애인을 만든 40대 미혼 여성, 세월이 흐른 뒤 결혼 생활의 출발점을 되돌아보는 기혼 남성, 몰래 바람을 피우는 남녀, 결합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남녀, 생애 가장 아름다운 경험 속에 죽어가는 아버지와 딸 등이다.
이를 통해 누군가와 친밀해지고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 그 관계가 깨지는 과정, 친밀함이 사라지거나 발전하면서 자신도 변화하는 과정, 친밀함이 사랑하는 방식을 더 낫게 변화시키는 과정 등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대부분 ‘관계 과부하’에 걸려 아무 선택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외로움을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유행병’이라고 말한다. 기술 발전으로 소통의 방법이 다양해지고 관계의 폭은 더 넓어졌지만 오히려 관계로 인한 외로움을 더 깊게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외로움은 마음을 어둡게 하고 판단력을 흐려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하며, 외로운 사람은 거절에 상처를 입기 쉬우며 사회적 상황에 대해 경계심과 불안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지적한다.
많은 이가 친밀한 관계를 포기한 채 가까운 사람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유지하며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하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자신의 본모습과 결점을 상대가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상대보다 우위에 서서 관계를 통제하려 하거나 아예 친밀한 관계 자체를 맺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관계에 의해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다시 치유해줄 수 있는 건 또 다른 친밀한 관계”라며 “사랑을 하고 마음을 표현하길 두려워하지 않아야 진정한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런 준비가 돼 있어야 상대방을 넉넉하게 이해하고 거절당해도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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