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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도 '코로나發 눈물의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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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은 이달 초 ‘치어 유 업(cheer you up)’이란 이름의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다양한 혜택을 담았다. 우선 조식을 방으로 가져다준다. 싫으면 꼭대기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먹어도 된다. 저녁도 공짜다. 제대로 된 중식 혹은 이탈리안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수영장, 피트니스클럽은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 체크인은 오후 1시부터 할 수 있다. 가격은 평일, 주말 똑같이 20만2000원(수페리어룸, 2인 기준).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5성급 호텔 디너 가격이 10만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밥값만 받고 객실은 공짜로 끼워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5성급 호텔도 대부분 10만원대

국내 호텔들이 ‘바겐세일’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이 텅텅 비자 싼값에라도 방을 돌리겠다는 취지다. 여간해선 객실료를 크게 안 떨어뜨리는 최고급 호텔들도 ‘초특가’에 방을 팔고 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광장동 워커힐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예약하면 10만원대에 잘 수 있다.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하면 일반 객실 평일 기준 숙박료가 워커힐은 17일 현재 12만원대로 떨어졌다. 신라호텔은 10만원대 후반이다. 평소 30만원 이상 하던 것이 ‘반값’에 나왔다. 서울 강남 임피리얼팰리스, 서대문 스위스 그랜드, 용산 노보텔 등 일부 5성급 호텔은 10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방을 내놓기도 했다.

3~4성급의 ‘비즈니스호텔’ 가격은 더 파격적이다. 10만원 이상 하는 것이 드물다. 대부분 5만~6만원까지 내려왔다. 신라스테이, 롯데시티호텔 등 대기업 계열 호텔은 7만~8만원은 한다. 나인트리 호텔 동대문, 호텔 더 디자이너스 청량리 등 중소 호텔은 2만~3만원대에도 나와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호텔방이 이렇게 싼 가격에 무더기로 나온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내국인 유치 안간힘

지난달까지만 해도 호텔들은 나름의 ‘가격 방어선’을 지켰다. 많이 줄긴 했지만 외국인 방문객이 있어 버텼다. 이달 들어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외국인은 줄어든 게 아니라 사라졌다. 항공편이 오가지 않으니 호텔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서울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 평일 객실 점유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객실 대부분을 놀리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호텔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대형 호텔이 중소 호텔보다 사정이 나은 듯 보이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은 객실점유율이 60~70%가 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 이하면 적자다. 현재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점유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큰 폭의 객실료 할인은 호텔의 마지막 남은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국내 여행자 수요라도 잡아보려는 안간힘이다.

효과가 없진 않다. 서울 압구정동의 최고급 호텔 안다즈는 지난달 말 ‘1+1’ 행사를 통해 객실 상당수를 채웠다. 1박을 하면 1박을 공짜로 주자 평소 안다즈를 관심 있게 본 사람들이 왔다. 이 행사가 효과를 보자 다른 호텔도 비슷한 행사를 했다. 호텔 라마다 속초도 이달 들어 1+1 행사를 하고 있다.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긴 했다. 파격 패키지를 내놓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도 당초 잡아놓은 행사 목표 물량의 절반가량을 팔았다.

시그니엘 등은 고가 전략 고수

호텔업계는 할인 판매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후유증’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가격을 떨어뜨리면 소비자들이 이 가격을 정상 숙박료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겐 이득이지만 호텔에는 엄청난 손해이기도 하다. 호텔들의 더 큰 걱정은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와 비교해 낮은 서울 호텔의 객실료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힘들어도 가격을 고수하는 호텔도 일부 있다. 럭셔리 등급 호텔들이다. 광화문 포시즌스, 잠실 시그니엘,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등은 1박에 최소 25만~30만원을 지키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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