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입시에 나올 문제 하나는 벌써 정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21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개정한 공직선거법이다. 수학 아니면 사회탐구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앞으로 ‘정치 공학’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복잡한 선거 산식과 경우의 수를 따지는 ‘정치 수학’이 들어설 수도 있겠다.
4·15 총선을 앞두고 ‘위성 비례정당’, ‘위성 연합비례정당’ 등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불확실성은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그만큼 복잡하고 허점이 많다는 얘기다.
개정 선거법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비례대표 30석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17석에는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다. 47석 중 정당투표 득표율에 비례대표 의석수를 곱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빼고는 머리를 아프게 한다.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와 지역구 당선자 수를 따져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50%와 지역구 당선자 수를 고려해 나누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을 30석으로 한정하는 ‘연동형 캡(cap)’ 등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계산 방식에 들어가도 복잡하다.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 또는 지역구 5석 이상이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받는 ‘의석할당정당’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비(非)의석할당정당’이 된다. 전체 의석에서 비의석할당정당과 무소속을 제외한 의석이 ‘연동배분 의석수’다. 정당 득표율은 의석할당정당들만을 대상으로 다시 백분율로 조정·환산된다.
의석수 배분값이 소수점까지 산출되면 법 조항이 정한 대로 병립형 비례대표에는 ‘헤어 쿼터(hare quota)’ 방식이 적용된다. 정수를 배분한 다음 소수점이 큰 순서대로 잔여의석을 나눠 갖는 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는 소수점 첫째자리를 반올림한 정수를 배정한 다음, 잔여의석이나 초과 조정의석을 헤어 쿼터 방식으로 나눈다.
산식이 아무리 복잡해도 지지율대로 의석을 가져가고 다양한 소수당을 배려한다는 취지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민주시민으로서 감내할 수도 있다. 현실은 딴판이다. 거대 정당들이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어 선거 후 합친다거나, 위성 연합비례정당을 결성해 선거가 끝난 뒤 손잡은 당끼리 나눠 갖는다는 ‘은밀한 계산’이 넘쳐난다. 지역구는 한 명도 내지 않고 비례대표 표만 달라는 정당은 약과일 정도다.
집권 여당은 제1 야당이 상상도 못할 ‘꼼수’를 썼다며 또 다른 ‘꼼수’로 맞대응을 하고 있다. 비슷한 선거제도를 채택한 국가들이 이미 경험한 것 이상의 ‘경우의 수’를 21세기 한국 정치가 다 보여주고 있다. 모(母)정당과 위성 정당 간 ‘수 싸움’도 그중 하나다.
이 모든 혼돈이 4·15 선거로 사라진다는 보장도 없다. 선거가 끝나면 국민은 자신의 투표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예상치 못한 정당 간 이합집산을 보며 분노와 배신감, 실망을 느낄 공산이 크다. 연동형 캡 30석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한해서다. 선거법을 둘러싼 정쟁과 야합은 총선이 끝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밖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공지능(AI)을 두고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경제·사회 패러다임이 확 달라지면서 법·제도의 정비 등 AI 친화적 환경 조성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AI의 핵심 기반은 수학이다. 한국 고교생들의 수학 실력이 갈수록 떨어져도, 꼭 익혀야 할 행렬·벡터 등 AI 수학이 새 교육과정에서 배제돼도, 이 나라 정치권은 관심조차 없다. 극단적인 정쟁 속에 선거 셈법을 둘러싼 ‘정치 수학’이 국가 미래가 달린 ‘생존 수학’을 몰아내고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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