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금융시장 충격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크고 회복도 더딜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스 때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약 19조7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전망했다. 코로나19는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세 번째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이 됐다. 이에 대한 대응도 근본적 방역정책과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의 전환을 검토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조건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중보건학적 근거에 따라 선택적으로 해야 하며 예방효과를 고려해 제한적 적용과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은 지역사회 감염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경제적·사회적 손실과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동시에 감안해 조절해야 한다. 전면적인 사업장 폐쇄 전략은 과학적 증거와 효과에 관한 연구가 불충분하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를 권장하지 않는다. 확진자가 발생한 사업장에 한해 사후 대응 조치로 한시적으로 해당 직장을 폐쇄하거나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것 등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 당시 일본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는 감염 확산을 20% 정도 감소시킨다. 재택근무 전략은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재택근무로 인해 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근로자의 실질적 급여가 줄어들 위험이 크다. 고용보험의 제도적 재정지원 방식을 활용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택근무하는 근로자에게 급여 감소가 없다는 전제하에 권고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만능은 아니다. 재택근무로 인해 가족 간 감염 위험은 2.14배 증가한다. 작업장을 폐쇄하면 근로시간과 급여 감소, 필수 생활용품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자영업·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위기, 심각한 재정적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미국 연구 결과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인데도 불구, 올 2월 일시 휴직자는 14만2000명 증가해 10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휴직자는 61만 명에 달한다. 2월 신규 취업자는 49만2000명으로 대폭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57만 명 늘어난 것에 기인하고, 이마저도 대부분 휴직 또는 사업 중단 상태다.
무조건 사업장을 폐쇄하는 방역조치 사례가 지속돼선 안 된다. 사업장 시설과 설비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한해 오염지역을 특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맞춰 방역과 소독을 끝낸 뒤 바로 열 수 있다. 대규모 사업장은 소독과 방역을 하는 기간이라도 시설과 생산 관리 유지에 필요한 인원이 적절한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영업과 생산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질병관리본부와 고용노동부 사업장 대응 지침에 조속히 반영돼야 한다.
대중 모임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대중 모임의 취소로 인한 직접적 손실이 매우 크다. 대중 모임 기획에 관한 산업부터 관광, 책임보험, 보상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재정적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중 모임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해 이를 법제화하거나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대부분 국가가 권고하지 않으며 자발적인 시민과 기업의 참여에 의한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세계 인구의 40~70%가 코로나19 감염자가 될 수 있는 팬데믹이 의미하는 것은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퇴치와 종식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감염 종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토착화된 코로나19 감염자의 치사율을 독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 강화, 치료제·백신 개발과 아울러 사회경제적 손실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의 무조건적인 지속은 불가능하다. 향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유연한 실행 전략의 수립과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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