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월 16일(13:4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사외이사를 할 수 있는 적정 연령은 몇 살일까요. 올해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에는 사외이사가 유난히 이슈가 됐습니다.
올해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된 영향이 큽니다. 특정 사외이사와 오랜 기간 인연을 유지해온 상장사들도 올해 정기 주총에선 어쩔 수 없이 사외이사를 교체해야만 하거든요. 올 정기 주총에서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만 718명에 이릅니다.
업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를 갖추고 상장사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이 넘어야 하는 등 따져볼 것이 많아 상장사들은 사외이사 확보에 꽤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새로운 사외이사를 찾느라 주총 일정까지 늦춘 상장사도 나왔죠.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사외이사 관련 권고안이 눈에 띕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모피 및 가죽 제조업체 삼양통상이 오는 20일 여는 정기 주총에 상정하는 안건 중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라고 투자자들에게 권고했습니다.
삼양통상은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조관현 후보와 이길재 후보를 추천했습니다. 조 후보는 세계자동차공업연합회 부회장을 지냈고, 이 후보는 삼양통상 제혁총괄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삼양통상은 조 후보자에 대해 "자동차 기계 및 공업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에 참여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공정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내외 피혁 사업의 구조와 시스템을 이해하는 최고의 전문가"라며 "삼양통상의 목표와 사업 취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 후보자와 이 후보자를 모두 반대했습니다. 이유는 이사회의 독립성 훼손 우려와 고령이었습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일반적으로 임직원의 정년 상한이 65세인 점에 비춰 65세에 비해 상당히 고령인 경우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1936년생으로 올해 만 84세입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현재 이 후보는 삼양통상 비상근 기술고문으로 재직 중이라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해충돌의 위험이 있어 반대를 권고한 겁니다.
한편 삼양통상은 이번 정기 주총에 지난해 말 GS칼텍스에서 나와 삼양통상 대표로 자리를 옮긴 허준홍 전 GS칼텍스 윤활유 사업본부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립니다. 허 전 부사장은 GS그룹 오너 일가의 장손입니다. LG그룹 공동 창업주인 허만정 명예회장의 장남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 회장이 허 전 부사장의 할아버지입니다. 허 전 부사장의 아버지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이고요.
허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삼양통상 지분율은 52.85%(지난해 9월 말 기준)입니다. 허 전 부사장이 22.05%를 들고 있고요. 그 외에는 조광피혁이 6.08%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선 삼양통상 계열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삼양통상의 주요 생산 품목은 가죽 원단입니다. 중국과 남미 지역 피혁 업체의 공급 물량 확대로 시장 경쟁은 치열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카시트용 가죽 부문에서는 중국 청도 현지법인을 통해 탄탄한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있습니다.
삼양통상은 지난해 441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전년(252억원) 대비 75% 증가한 수준입니다. 삼양통상 관계자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원가 절감, 생산 혁신 등을 통해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양통상은 공정거래법상 GS그룹에 속해 있지만 GS그룹의 지주사인 GS나 다른 계열사와 어떤 지분 관계도 없이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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