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성질에 과학적으로 접근해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 화가들이 인상파였다. 클로드 모네(1840~1926)는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건초더미’ ‘포플러 나무’ ‘루앙 성당’ ‘수련’ 등 일련의 연작을 통해 잘 보여줬다.
‘밀물’은 모네가 1882년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버려진 세관을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그림 속 오두막은 나폴레옹 전쟁 때 밀수업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시설로 지어졌다가 나중에는 어부들의 창고로 쓰였다고 한다. 화면 오른쪽 가장자리의 가파른 벼랑 위에 자리한 오두막이 바다 멀리까지 감시해야 했던 당시의 극적인 상황을 암시한다.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상단에 배치해 바다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한 것은 이례적인 구도다. 비스듬히 평행선을 그리며 끝없이 밀려오는 하얀 포말이 작가의 거칠고 힘찬 붓질로 생동감을 더한다. 절벽과 언덕의 초목들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거친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바닷가 언덕의 외딴 오두막 한 채가 거친 파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강인함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지만, 글쎄…. 작가가 포착한 시점(時點)과 시점(視點)을 온전히 나타낸 것만으로도 그림은 제 몫을 다하지 않았을까.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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