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어제 소식지를 통해 눈길을 끄는 다짐을 내놨다. “현대차 노조 지부 조합원은 배부른 귀족 노동자로 낙인찍혔다”며 “이제 노동운동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자성했다. 투쟁을 요구하는 일부 현장 조직을 향해서는 “아직도 이념 논리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 말대로 회사만 품질과 생산성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은 낡은 사고다. 미래차로의 패러다임 전환, 계속되는 경기침체, 미·중 무역전쟁, 여기에 코로나19 쇼크까지 사면초가인 자동차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노사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런 분위기가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진다면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입국제한조치로 여객기의 90%가 멈춰선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무급 휴직,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에 들어간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가 고통분담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에 노조가 반발하는 곳도 있다. 정부의 탈(脫)석탄·탈원전 정책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친 두산중공업이 그렇다. 일부 휴업 검토에 들어갔지만, 노조는 “휴업 절차는 곧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노사가 극단적으로 대립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일감 회복과 사업 다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사 협력에 기반한 대승적인 결단이 요구된다. 전자·해운·조선·건설·관광 등도 예외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기업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위기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사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해낸다면 한국 기업들이 다시 힘차게 뛸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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