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은 이달 초 ‘치어 유 업’(cheer you up)이란 이름의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그동안 선보인 그 어떤 패키지보다 혜택이 많다. 우선 조식을 방으로 가져다 준다. 이게 싫으면 꼭대기층 스카이 라운지에서 먹어도 된다. 여기에 더해 저녁도 그냥 준다. 제대로 나오는 정찬이다. 중식, 혹은 이탈리안 코스 중 선택 가능하다. 수영장, 피트니스클럽 사용은 ‘덤’이다. 체크인 시간은 두 시간 앞당겨 오후 1시부터 할 수 있다. 가격은 평일, 주말 똑같이 20만2000원(수페리어룸, 2인 기준).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5성급 호텔 디너 가격이 10만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밥값만 받고 객실은 공짜로 끼워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5성급 호텔도 대부분 10만원대
국내 호텔들이 이달 들어 ‘바겐세일’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방이 텅텅 빈 탓이다.
여간해선 객실료를 크게 안 떨어뜨리는 최고급 호텔 조차 초특가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광장동 워커힐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하면 일반 객실, 평일 기준 모두 10만원대 초중반에 예약할 수 있다. 평소 30만원 안팎 하던 것이 ‘반값’도 안 되는 수준에 나왔다. 서울 강남 임피리얼팰리스, 서대문 스위스 그랜드, 용산 노보텔 등의 5성급 호텔들은 10만원 미만에도 일부 나와있다.
3~4성급의 ‘비즈니스 호텔’ 가격은 더 파격적이다. 10만원 이상 하던 것이 5만~6만원까지 내려왔다. 신라스테이, 롯데시티호텔 등 대기업 계열 호텔도 마찬가지다. 종로 글루호텔, 이태원 큐브호텔, 청량리 더 디자이너스 등의 중소 호텔은 2만~3만원대에도 나와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호텔방이 이렇게 싼 가격에 무더기로 나온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본다”고 말했다.
○내국인 유치 안간힘
지난달 까지만 해도 호텔들은 나름 ‘가격 방어선’을 지켰다. 줄어들긴 했지만 외국인 방문객이 일부라도 있어 버텼다. 이달 들어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줄어든 외국인 조차 사라졌다. 항공편이 오가지 않으니 호텔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서울 명동 인근의 한 호텔 관계자는 “이달 들어 객실 점유율이 5~6%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객실 대부분을 놀리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호텔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대형 호텔이 중소 호텔보다 사정이 나은 듯 보이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가 커 손실액 규모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의 손익 분기점은 객실점유율 60~70% 수준이다. 그 이하면 전부 적자다.
바겐세일은 호텔이 마지막 남은 수단을 쓴 것이다. 해외에 나가지 못 한 내국인이라도 잡아 보려는 안간힘이다.
효과가 없진 않다. 서울 압구정동의 최고급 호텔 안다즈는 지난달 말 ‘1+1’ 행사를 통해 객실 상당수를 소진시켰다. 1박을 하면, 1박을 공짜로 주자 평소 관심 있게 본 사람들이 투숙하러 왔다. 이 행사가 효과를 보자 다른 호텔도 비슷한 행사를 했다. 호텔 라마다 속초도 이달 들어 1+1 행사를 하고 있다.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파격 패키지를 내놓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도 당초 잡아 놓은 행사 목표 물량의 절반 가량을 팔았다.
○시그니엘 등은 고가 정책 고수
호텔 업계에선 ‘후유증’을 걱정한다. 가격을 한번 떨어뜨리긴 쉬워도 올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겐 이득지만 호텔에는 엄청난 손해다.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와 비교해 특히 낮은 서울 호텔의 객실가가 앞으로 더 큰 격차를 보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힘들어도 가격을 고수하는 호텔도 일부 있다. 럭셔리 등급 호텔들이다. 광화문 포시즌스, 잠실 시그니엘,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등은 1박에 최소 25만~30만원을 고수하는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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